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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1 19:00 수정 : 2005.01.11 19:00

다국적 60여명 저마다 ‘전공’살려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도와야죠”

“내가 만든 비스켓을 안 먹으면 후회할 거야. 그리고 누가 냉장고에 또 손을 댔어?”

영국에서 온 안젤라 우디 샌더스(사진) 할머니는 10일로 열흘째 스리랑카 남부 해안도시 갈의 외국인 자원봉사 그룹 ‘프로젝트 갈’의 ‘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옛날에 호텔에서 요리를 한 적이 있으니, 여러 사람들을 먹이는 데는 자신이 있지.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음식 솜씨는 여전하다우.”

해일이 스리랑카를 덮쳤을 때 안젤라는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안젤라가 해준 음식을 먹는 영국·독일·스웨덴·짐바브웨 등 다양한 국적의 자원봉사자 60여명도 해일 이전 따뜻한 스리랑카로 휴가를 온 여행자들이다.

“나는 고지대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고 있어 해일을 피할 수가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머물고 있는 거지.”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두번째로 큰 피해를 입은 스리랑카에서는 어디서나 이들과 같은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다. 재난은 이들을 ‘여행객’에서 질병의 위험을 무릅쓰고 봉사하는 ‘천사’로 바꾸어 놓았다.


안젤라 할머니의 ‘식구’ 중 한명인 30대의 아일랜드 여성 메이브 오핸런은 해일 이후 만들어진 ‘프로젝트 갈’의 초기 구성원이다.

“아일랜드 대사관은 국제 구호단체들이 올 거라고 하고, 스리랑카 정부는 구호 물자가 잘 전달되고 있다고 했지만, 내 눈으로 보는 상황은 여전히 절망적이었어요.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메이브는 우연히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식량과 물을 구입해 차에 싣고 무조건 피해지역으로 달려갔다. 도중에 만난 외국인들이 합류하면서 이들의 숫자는 금세 60여명으로 불어났다.

“차가 있는 사람은 수송을, 비서로 일하던 사람은 장부 관리를, 현지에 사는 외국인은 정부 접촉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합니다. 비용은 본국에 있는 친구, 가족에게 기금을 모아달라고 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메이브의 말이다.

스리랑카 북부 키리노치 병원에서 지난 7일 만난 중국계 캐나다인 에이미 람(29)은 홀몸으로 스리랑카 사람들도 위험하다고 꺼리는 타밀엘람해방호랑이 반군지역으로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다.

에이미는 “나는 물리치료사인 만큼 다친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타밀 지역은 상황이 더 안좋을 것 같아 콜롬보 현지에서 타밀계 구호단체와 접촉해 봉사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휴가를 연장하고 지난 1주동안 키리노치 지역 병원을 돌아다니며 타박상을 입은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영국인 제시카는 지진해일 소식을 듣고 휴가중이던 미국에서 스리랑카로 달려와, 한민족복지재단 구호팀에 합류해 남부 해안 지역에서 9일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모든 지역에 구호물자가 도달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정말 다릅니다. 도로가 끊긴 동부지역에서는 기본적인 식량도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영원히 이곳에서 머물 수도 없으니 고민입니다.” 제시카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키리노치·갈(스리랑카)/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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