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11 20:54
수정 : 2005.01.11 20:54
경호실장이 몰래 뒤처리
재임시절 심한 음주벽으로 악명 높았던 보리스 옐친(73) 전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 초임시절인 1991년 음주운전으로 인사사고를 내고 몰래 뒤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영국의 〈인디펜던트〉가 11일 보도했다.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옐친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알렉산드르 코르자코프(54)가 1997년에 출간했던 〈보리스 옐친 : 새벽부터 저녁까지〉란 옐친 전기의 최신 개정 증보판에 새로 이런 비밀을 공개했다.
1991년 어느 날 새벽 모스크바 교외의 바냐(러시아식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즐기며 보드카를 마신 뒤 옐친 대통령이 운전연습을 하겠다고 우겨 차를 몰게 됐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이른 시각에 마을에서 500m쯤 떨어진 시골길에서 정차한 지굴리 승용차의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탄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만취한 옐친이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아 오토바이를 몰던 사람이 크게 다쳐 몇개월간 병원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코르자코프는 옐친의 소행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다친 사람을 이리저리 병원을 옮겨가며 치료를 받게 했지만, 6개월만에 숨졌고, 별다른 친척이 없는 그 사람을 매장했다고 이 책에서 털어놨다. 승용차 운전자도 차를 깜쪽같이 고쳐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이 사건은 비밀 속에 묻히게 됐다. 그 뒤 ‘헌법수호자’인 옐친도 이후 이 사건에 대해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두마 의원인 코르자코프는 1996년 크렘린의 권력암투 과정에서 경호실장에서 전격 해임된 뒤 11년 모시던 보스에 대한 원망을 담아 옐친을 ‘술취한 광대’로 묘사한 이 책을 출간했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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