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 보고서 발표 /미군 공격·내전으로 희생
이라크전 3년여 만에 숨진 민간인이 15만1천여명에 이른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주 인용되는 ‘이라크 보디 카운트’ 추정치의 3배가 넘는다.
세계보건기구 연구진은 10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3년 3월 미군의 이라크 침공부터 2006년 6월까지 ‘폭력’으로 숨진 민간인 수가 이렇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폭력’이란 미군의 공격이나 시아-수니파 사이의 내전, 테러공격 등을 뜻한다. 희생자의 절반 가량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나왔다.
이번 조사는 가장 광범위한 표본과 보편적 통계기법을 사용해, 논란이 가시지 않는 이라크전 사망자 규모와 관련해 유력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조사 주체가 유엔 산하기구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조사원들은 바그다드와 지방의 9345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계획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세계보건기구는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보고서 공동저자가 현장조사를 나갔다가 희생당했다.
보도내용을 기초로 민간인 희생자를 세는 영국 민간단체 ‘이라크 보디 카운트’는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조사 기간에 4만7668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했다. 2006년 10월 세계보건기구 방식과 견줘 가구 수는 5분의 1, 지역은 20분의 1에 해당하는 표본으로 조사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사망자가 60만명을 웃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종파분쟁이 격화하기 시작한 2006년 2월 이후 4개월 뒤까지만 조사했기 때문에, 극심한 폭력이 이어진 지난해 8월까지의 상황을 덧붙이면 희생자 규모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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