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잡지, 온난화 대처기술 ‘무기 악용’ 경고
강우조작·햇빛차단 등 이미 진행…“감시 필요”
강우조작·햇빛차단 등 이미 진행…“감시 필요”
미군이 북베트남에서 남베트남으로 이어지는 밀림 보급로인 ‘호찌민 루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1967년, 미 54기상정찰대는 극비리에 실험적인 작전에 들어갔다. ‘포파이(뽀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작전에서 미군은 요오드화은을 상공에 뿌려, 일부 지역의 우기를 평균 30일에서 45일까지 늘렸다.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의 보급로를 진흙탕으로 만들어, 트럭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작전의 주목적이었다. 일부 연구자는 미국이 당시 북베트남의 농업생산력을 떨어트리려고 인공구름을 만들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1970년대 이후 대규모 전쟁이 급감해 기후나 지구환경을 군사 목적에 이용하는 시도는 한동안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대처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슷한 개념의 ‘전략 무기’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29일 인류를 구하려는 기술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인류의 안녕을 위협하는 무기로 표변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구공학 연구는 현재 인공강우는 기본이고, 지표면의 열복사율을 떨어트리거나, 차단 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태양광을 막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연구는 돈을 댈 수 있고 전략적 고려를 하는 일부 선진경제권 국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국 윤리·신기술연구소의 제마이스 카스시오는 이런 기술들이 악용된다면 충분히 가공할 무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해조류가 지나치게 증식하도록 조작해, 적국의 바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심해의 찬 바닷물을 해수면으로 끌어올려 허리케인의 진행 방향을 트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미 공군은 일찌감치 지구공학 기술의 군사적 가능성을 알아채고, 1996년에 2025년을 목표로 한 군사력 증강방안을 짜면서 ‘군사력 배가 수단으로서 기후’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옛 소련도 기후를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한하는 움직임도 진작부터 있었다. ‘포파이 작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1976년 ‘환경조작기술의 군사적·적대적 사용 금지에 관한 협약’에 67개국이 서명했다.
그러나 카스시오는 “핵무기의 억지력은 강력하지만 재래식무기의 가치는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가들이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며 “복잡한 기후시스템 때문에 지구공학의 공격적 사용은 확실한 탐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현격한 기술 격차가 그런 유혹을 키운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포린폴리시>는 “지구 자체의 무기화”를 막으려면 전세계적인 감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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