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월가 전문가 설문…유가 연말 93달러 전망
“신용위기 아직 절반정도 지났을 뿐” 비관론 우세
“신용위기 아직 절반정도 지났을 뿐” 비관론 우세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이 최근 석유·식량 가격의 급등세가 ‘거품’이라기 보다는, 수급차질 등 근본적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한 전문가 55명 대상 조사를 보면, 최근 기름값 상승의 원인으로 중국·인도 등의 수요 증가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51%였다. 식량값 급등의 원인이 수요 증가라고 답한 사람도 41%에 이른다. 투기 자본이 형성한 거품이라는 견해는 각각 11%에 지나지 않았다.
기름값 전망은 엇갈렸다. 응답자의 53%는 국제 유가가 6월 말까지 배럴당 105달러 대로 떨어지고, 연말에는 93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 신문은 전날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의 대니얼 여진의 말을 따, 국제유가가 올해 안에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경기부양책으로 실시한 세금환급이 미국내 소비로 이어지게 되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여전해 가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오는 10월 국제유가가 150~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이번 주 내내 12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배럴당 20달러 수준이던 2002년 초에 견주면, 6년 만에 6배가 오른 셈이다.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신용위기에 대한 진단 또한 큰 차이를 보였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말 2%로 하향조정한 금리는 이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신용위기가 끝났다는 판단은 36%에 그친 반면, 절반 정도 지나갔을 뿐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는 62%에 달해 아직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 경제정책 사령탑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신용위기는 사실상 끝났다는 견해를 보였지만,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7일 신용위기의 진짜 충격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단언했다. 그는 금융위기의 충격이 “미국에서 막 가시화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위기 가시화는 “확실한 시간차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위기와 관련해, 마켓워치는 8일 쌀값 강세가 곡물 등 원자재 시장 수급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지난주 미얀마(버마) 사이클론 피해는 수급 불균형을 더욱 자극해, 필리핀·나이지리아 등 주요 쌀 수입국들이 확보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는 8일 식량난에 대한 전 세계 차원의 공동대응을 촉구하며, 빈곤 퇴치를 위해 농업기술과 연구개발, 훈련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세계 식량농업기구(FAO)는 8일 식량난에 대한 전 세계 차원의 공동대응을 촉구하며, 빈곤 퇴치를 위해 농업기술과 연구개발, 훈련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