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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급 수배자’ 카라지치는 변장 명수

등록 2008-07-23 21:19수정 2008-07-23 22:42

의사 활동하며 비디오 강연…영·미 정보기관이 정보 알려줘 체포
보스니아 내전 당시 학살 주범으로 지난 21일 전격 체포된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가 수배 기간에 벌여온 대담한 ‘이중생활’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뒤로 묶은 긴 머리에 얼굴을 절반쯤 덮은 거대한 수염, 두꺼운 뿔테 안경으로 위장한 카라지치의 ‘가짜 얼굴’은 세르비아의 비밀경찰들도 분간하지 못할 만큼 완벽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3일 전했다. ‘드라간 다비치’란 가명을 쓰고 대체의학 의사로 활동해온 카라지치는 잡지 <헬시 라이프>에 정기적으로 기고까지 했다. 보스니아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정신과 의사를 지냈던 그의 경력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잡지의 고란 코이치 편집장은 “카라지치가 정기적으로 기고를 보내왔지만, 그의 정체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카라지치는 심지어 체포되기 전에 열흘간 온천여행을 다녀올 계획을 세울 만큼, 자신의 ‘가짜 신분’에 자신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가 주목한 ‘1급 지명수배자’였던 카라지치는 커뮤니티센터에서 비디오를 통해 강연에 나서는 대담함도 보였다고 <뉴욕 타임스>도 전했다. 카라지치와 같은 잡지에 글을 기고해 온 마야 젤리치는 “그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아주 친절하고 개방적이었다”며 그를 전혀 몰라봤다고 말했다.

카라지치의 체포 소식에 그의 가족들도 충격에 휩싸였다. 카라지치의 아내 릴랴나 젤렌 카라지치는 “몹시 충격적이며 믿기지 않는다”며 “그의 생존 여부를 드디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전범재판소의 블라디미르 북체비치 검사는 “카라지치는 즐겁고 자유롭게 도심을 활보하고 다녔다”며 “그에게 아파트를 빌려준 집주인조차 그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카라지치가 감쪽같이 신분을 숨겨 왔지만, 이미 영국과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그가 체포되기 몇 주 전에 세르비아 당국에 카라지치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라지치의 체포는 ‘정치적’인 것이었다”며 “그동안 그가 체포될 기회가 많았지만, 그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카라지치를 지지하는 세르비아계 민족주의 진영은 22일 베오그라드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시위를 벌였다. 세르비아 급진당의 극우파 지도자인 토미슬라브 니콜리치는 이날 시위에서 “오늘은 세르비아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날”이라며 격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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