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사태로 미 정책에 ‘딴지’ 가능성
반미국가에 무기판매 증가 등 위협 현실화
반미국가에 무기판매 증가 등 위협 현실화
그루지야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와의 불화가 깊어지면서 미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적대적 태세를 강화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대테러 전쟁이나 마약과의 전쟁, 핵확산 방지 노력 등 그동안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추진해온 정책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그루지야 사태 이후, 미국의 강경파들이 쓸 수 있는 수단은 고작 러시아의 주요 8개국(G8) 회원 자격 박탈 추진이라는 제한적 제재밖에 없지만, 러시아에겐 맘만 먹으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테러 전쟁 수행을 비롯해, 이란과 북한의 핵포기 협상에서도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반미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를 늘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법 등으로 얼마든지 미국을 곤란한 상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유라시아·러시아·동유럽 연구소의 안젤라 스텐트 소장은 “이란과 유엔, 대테러전쟁 등 러시아가 지금보다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는 사안은 널려 있다”며 “옛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훼방꾼’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21일 시리아의 무기구매 요청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미국에게 불행한 상황이 닥칠 수 있는 전조로 읽힐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군사협력 활동을 중단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최근 비군사적 물자 수송 때 나토군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넘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왔는데, 이 조처를 철회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라, 키르기스탄을 압박해 아프간 지원 작전을 위해 주둔 중인 미군 부대를 철수시키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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