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시장지상주의 비판해 비난받은 말레이·프랑스
미 정부도 구제금융 택하자 ‘이중 잣대’ 비웃어
미 정부도 구제금융 택하자 ‘이중 잣대’ 비웃어
1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아시아는 서구, 특히 미국에서 실행되는 시장 자본주의가 우수한 모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미국식 금융 자본주의의 우월함을 선언했다.
당시 ‘부패한 아시아인들’으로 비웃음거리가 되었던 아시아 정책 담당자들은 이제 ‘거봐, 내말이 맞지?’라며 미국의 이중잣대를 비웃고 있다. 미국 정부가 월가 금융위기의 급한 불을 끄고자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려는 것은 당시 미국 정부와 국제통화기금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금지’했던 대표적인 조처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자국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미국 정부가 퍼부었던 맹비난을 상기시키며 미국 쪽의 ‘이중잣대’를 비난했다.
그는 22일 미국 정부의 최근 구제금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외환위기로 고생하는 국내 기업을 도우려 하자, 미국 정부는 우리를 막아섰다”며 “우리가 잘못됐다던 미국 정부는 오늘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문제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보도했다.
외환위기 당시 마하티르는 국제통화기금의 처방을 거부하고 독자 회생의 길을 택했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서방의 투기자금을 지목하며 비난했던 것도 그였다. 훗날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마하티르의 접근방식이 유효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제2차관으로 국제통화기금과 협상했던 정덕구 전 의원은 <로이터> 통신에 “당시 (국제 금융기구와 미국 관리들은) 파산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기업가를 대하듯 행동했다”고 회고했다.
외환위기 시절, 아시아 나라들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이 처방한 ‘쓴약’을 강제로 삼켜야 했다. 그들은 파산위기에 내몰린 기업에 구제금융을 주지 말 것, 국영기업 민영화, 재정 흑자 유지와 정부 지출 제한, 금융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98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7%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는 -13%, 타이는 -10%를 기록했다.
당시 아시아 정부들에 규제철폐를 주문했던 그린스펀은 이제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있다. 스테파니 그리피스 존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로이터>에 “모든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교훈”이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규제받지 않는 시장이 이런 결과를 가져 왔다”고 했다.
프랑스도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문제를 꾸준히 경고했는데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위기에 직면했다며 조롱을 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영·미권의 이데올로기인 경제적 자유주의가 “공산주의만큼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8일 금융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비난하면서 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국제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민희, 김외현 기자 minggu@hani.co.kr
프랑스도 ‘앵글로색슨 자본주의’의 문제를 꾸준히 경고했는데도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위기에 직면했다며 조롱을 보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영·미권의 이데올로기인 경제적 자유주의가 “공산주의만큼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8일 금융 자본주의의 영속성을 비난하면서 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국제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민희, 김외현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