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6일 폴란드의 그단스크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단스크/AP 연합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의 거듭된 반대를 무릅쓰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과 프랑스 관계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지난 4월 파리에서 발생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주자 습격사건으로 악화됐던 두 나라 관계가 프랑스의 특사 파견을 통해 수습된 지 8개월 만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6일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25돌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이 라마와 30여분 동안 티베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동 직후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독립을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며 “나는 달라이 라마와 중국 당국이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앞서 “나는 프랑스의 대통령으로서, 유럽연합의 의장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갖고 있으며, 의제를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도 있다”고 말해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문제 삼는 중국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는 “사태를 극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며 “세계는 국제사회에 참여하는 개방된 중국을 필요로 하고, 중국은 자국 기업에 일자리를 주는 강력한 유럽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 회동에서 티베트의 자치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달라이 라마는 4일 유럽의회에서 한 연설을 통해 “우리가 벌이는 운동의 목표는 분리독립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중국 안에서 티베트가 진정한 자치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만남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허야페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7일 에르베 라드수 프랑스 대사를 불러 “이런 행동이 중국과 프랑스, 프랑스와 유럽의 관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항의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앞서 유럽연합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하고,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협상을 중단하는 등 두 사람의 만남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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