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최근 부쩍 우의 다져
수교 60돌 60개 행사
수교 60돌 60개 행사
중국의 어느 산골에 남루한 차림의 한 소녀가 찾아든다. 탄광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병으로 어머니까지 떠나보낸 이 소녀는 굶주림에 지쳐 마을 어귀에 쓰러진다. 마침 지나가던 한 노인이 소녀를 발견해 들쳐업고 집으로 데려간다. 소녀는 처음엔 노인의 며느리한테서 구박을 받는다. 며느리는 소녀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불임치료에 좋다는 메뚜기를 손에 피가 나도록 잡는 것을 보고서야 “엄마”라고 부르도록 허락한다. 그렇게 소녀는 새 가족을 만난다. 지난 1월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북한 전역으로 방송된 중국 영화 ‘따뜻한 봄’의 줄거리다. 혈연을 뛰어넘는 ‘가족의 탄생’을 그린 이 영화는 제작사인 산서영화촬영소가 올해 북-중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려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북한과 중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새롭게 우의를 다지고 있다. 수교 이후 처음으로 올해를 ‘우호의 해’로 명명했다. 류샤오밍 북한 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국제선구도보> 인터뷰에서 “동방에서 60주년은 새로운 출발을 뜻한다”며 북-중관계에서 올해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중 우호의 해는 18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대장정에 들어간다. 수교일을 전후해 평양에서 열리는 폐막식까지 정치·경제·문화·체육·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60여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양쪽은 최근 부쩍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1월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국에 초청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후 주석의 뒤를 이을 것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지난해 6월 북한을 직접 방문했다. 북한 역시 우호의 해 개막식에 김영일 총리를 보내는 등 정성을 쏟고 있다. 두 나라의 이런 모습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빚어졌던 갈등을 무색하게 한다. 중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인공위성) 발사 움직임에도 에둘러 우려를 표명할 뿐,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종일관 북한이 쏘려는 것을 인공위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화처럼 ‘따뜻한 봄’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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