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입장 선회…위안화에 무릎
미국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한 걸까?
미국과 중국 사이 벌어진 ‘환율 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들어선 이후 펴낸 첫 외환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되레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강화하려 여러 조처를 꾀했다고 칭찬했다.
이는 가이트너 장관이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한 발언에서 크게 후퇴한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새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다루는 데 직면한 정치·외교적 압력을 부각시켰다”고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쪽의 환율 조작국이란 낙인찍기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왔다. 쑤닝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1월 가이트너 장관의 공격에 “진실이 아닐뿐더러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미국이 불과 석달만에 태도를 180도 바꾼 데는 최대 채권국인 중국 쪽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미국 재무부 채권의 안정성을 문제 삼는가 하면,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대체까지 주장하면서 미국을 압박해왔다.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을 재무부 채권 매각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선 최대 고객인 중국 쪽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내 반발이 크다. <블룸버그뉴스>는 기업과 기업 단체, 정치권의 말을 빌어, “중국이 수출을 늘리려 의도적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며 “오바마가 지난해 중국의 환율 보호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어겼다”고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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