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동산 ‘거인’이 몰락했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쇼핑센터를 운영하는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가 16일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상업용 부동산 기업의 파산이다. 295억달러(약 39조원)의 자산을 가진 55년 역사의 제너럴 그로스는 미국 44개주에서 200개의 쇼핑센터를 운영해 왔다.
제너럴 그로스는 272억달러에 이르는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끝내 파산했다. 주택시장의 부실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빠르게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난으로 문을 닫는 점포가 늘면서 임대 수입은 크게 줄었고, 자산가치는 1년 사이 30% 이상 빠졌다. 고용 인력 20% 감축, 주식 배당 중지, 새로운 쇼핑센터 개발 중단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폈지만, 부동산 거품이 꺼져 버리는 현실에서 살아나지 못했다. 제너럴 그로스의 주가는 부동산 거품이 절정이던 2007년 67달러까지 올랐으나, 이젠 휴짓조각이 됐다.
제너럴 그로스의 운명을 뒤따를 부동산 기업들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치솟는 실업률과 자산가치 하락, 연금 수령액 감소로 인한 소비 급감은 상업용 부동산 관련 부실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3월 미국의 소매 판매는 1.1% 줄었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레이스는 2008년 쇼핑센터의 공실률이 전년도보다 1.3%포인트 늘어난 7.1%에 이른다고 밝혔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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