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파키스탄 탈레반 대변인 “빈 라덴도, 무장세력도 정착 환영”
“오사마 빈 라덴도 형제처럼 여기에 와서 원하는 곳에 머무를 수 있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지역 대변인인 무슬림 칸은 21일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군과의 싸움을 결심한 무장세력과 아랍지역의 동맹이 이곳(스와트)에 정착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 환영한다”고도 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미국의 대테러 전선의 핵심 뇌관으로 떠올랐다. 칸의 발언은 아프간 접경 북서변경주의 스와트 계곡을 반미 이슬람 무장단체의 정착촌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에이피>는 이 지역이 실제로 빈 라덴에게 매력적인 안주지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그가 지금의 은신처에서 느끼는 위협의 정도와 탈레반 세력의 지속적인 정부군 봉쇄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즉각 탈레반의 주장을 일축했다. 카마르 자만 카이라 정보부 장관은 “우리는 알카에다 및 탈레반과 싸우고 있다”며 “다시 군사작전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가 실제로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파키스탄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파슈툰계 아와미국민당(ANP) 의원인 아프라시아브 카타크는 “정부는 불리한 처지에서 탈레반과 협상했다. 지역 경찰은 탈레반에 맞서기엔 너무 박봉인데다, 훈련이 부족하며 무기도 부실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복잡한 국내정치와 지배세력의 역학관계, 인접국들과의 갈등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민주적 선거로 구성된 집권층, 군부와 지역토호, 이슬람원리주의 탈레반 세력 등이 권력을 나눠갖고 있어 정치적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아프간 및 인도와의 국경·영토 분쟁도 불씨다.
그럼에도 미국에게 파키스탄은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안정은 핵 통제력과 직결되는 사안인데다,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파키스탄 지원국 회의에서 파키스탄에 10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세계 40여개국과 국제기구가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국제사회가 파키스탄에 향후 2년 동안 5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약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의 아프팍 전략이 탈레반 등 무장세력에 대한 군사작전 일변도에서 그들을 지지세력으로부터 고립시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