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환요청 무시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테러범 수용소에서 7년 만에 풀려난 위구르인 4명이 11일 대서양에 있는 영국령인 버뮤다 섬에 도착했다. 위구르인은 중국 북서부 신강위구르자치구에 집중 거주하는 터키계 이슬람교도 소수민족이다.
미국 당국은 이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라고 주장하는 중국 당국의 요청을 무시하고 버뮤다로 석방시켰으며, 버뮤다는 임시 노동자 프로그램(Guest Worker Program)을 통해 이들을 받아들였다. 버뮤다에 온 위구르인들은 (시엔엔)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였던 적이 없다”며 자신들을 석방해 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들의 정착을 위해 1인당 약 10만달러를 부담할 예정이다. 그러나 영국은 버뮤다가 위구르인 이송 문제를 영국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은근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 남아있는 나머지 위구르인 13명은 남태평양의 팔라우 공화국으로 이송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팔라우는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았으며 지난 1994년 독립 이후에도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테러 용의자로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됐던 위구르인은 모두 22명으로, 이들은 중국 영토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독립을 추진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밀 군사훈련을 받다가 지난 2001년 미군에 체포됐다. 미 국방부는 조사결과, 이들이 (미국에) 적대적인 전투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2003년부터 석방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을 중국으로 송환하면, 중국 사법당국이 이들을 분리 독립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고문, 처벌할 수 있다는 인권단체 등의 지적이 나오자 제3국행을 모색해 왔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미국은 테러범들을 제3국으로 보내는 일을 중단하고 즉각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며 미국이 자국 국적 위구르인을 해외로 보내는 데 항의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6년 5명을 알바니아로 보냈으나, 중국의 강력한 반대로 이송 작업이 중단됐었다.
권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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