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전통·첨단 중무장 ‘아이디어 대전’
한국, 한글 자모 형상화…중국, 전통 건축양식 활용
한국, 한글 자모 형상화…중국, 전통 건축양식 활용
‘아름다운 도시, 풍요로운 생활’(Better City, Better Life)을 위하여.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270여일 앞두고 주요 참가국들의 전시관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은 전시관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수준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전시관을 놓고 벌어지는 국가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하이 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의 홈페이지에는 31일 현재 35개국의 전시관 구상도가 올라 있다. 저마다 독특한 주제를 제시하고 전통의 멋과 첨단 과학기술을 선보인다. 상하이 세계박람회가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과 미래의 모습을 겨루는 경연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와 이탈리아는 아이의 눈으로 본 도시를 형상화했다. 12개의 거대한 탑이 에워싸고 있는 러시아관에 들어서면 꽃과 태양, 달의 도시가 기다린다. 그곳에선 15살 소년이 친구들과 함께 환상의 도시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그린 동화의 세상이 펼쳐진다. 이탈리아관은 아이들이 즐기는 퍼즐조각 맞추기 게임의 한 조각을 연상케 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자연을 끌어안는 첨단 과학기술을 뽐낸다. ‘빛의 상자’로 불리는 영국관에는 고슴도치의 바늘처럼 7.5m 길이의 광섬유 필라멘트가 촘촘히 박혀 있다. 이 필라멘트는 낮에는 햇빛을 끌어들이고, 밤에는 조명을 밖으로 뿜어낸다. ‘감각의 도시’라고 명명된 프랑스관은 첨단 신소재로 단순화한 구조물 안에 물이 흐르는 프랑스식 정원을 꾸며놓았다.
중국과 인도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과시한다. 상하이 세계박람회장의 한복판에 들어서는 중국관은 ‘동방의 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왕관을 형상화했다. 전통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적용했고, 쯔진청(자금성)의 붉은 빛깔을 건물에 칠했다. ‘조화의 도시’로 불리는 인도관은 고대 불교사원에서 영감을 빌려왔다. 360개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거대한 돔 구조물에선 과거 인도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상인들의 교역이 재연된다.
일본과 이스라엘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강조한다. ‘숨쉬는 심장’ 모양의 일본관은 사람과 자연의 공생을 상징한다. 건물에 들어서면 지능형 로봇이 방문객을 안내한다. 이스라엘관 앞에는 ‘속삭이는 정원’이 꾸며져 있다. 나무에 다가서면 나무가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한국관은 한글의 자모를 형상화했다. ‘친근한 도시, 다채로운 생활’이라는 주제를 통해 전통 문화와 첨단 기술,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미래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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