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모라꼿’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대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대만의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C-130 수송기와 두 대의 대형 헬리콥터를 대만에 파견했다고 홍콩 신문들이 17일 보도했다. 미국이 군용기를 대만에 보내기는 1979년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중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미국의 군용기 지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C-130 수송기는 16일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출발해 오후 2시45분께 대만 타이난현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구호물자를 내려놓은 뒤 30여분 만에 오키나와 기지로 되돌아갔다. 미군은 또 산악지대에 고립된 이재민 구조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17일 대형 헬리콥터 두 대를 대만에 파견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대만에 러시아제 대형 헬리콥터를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전했다. 러시아제 헬리콥터는 지난해 쓰촨성 대지진 당시 구조활동에 투입된 바 있다. 그러나 대만 당국은 정치적 논란을 우려해 중국의 제안을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앞서 조립식 주택과 담요, 소독기 등 구호물자를 대만에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의 태풍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 현재 124명이 숨지고 56명이 실종됐다. 가오슝현 샤오린촌은 마을 전체가 매몰돼 491명의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가오슝과 타이둥, 핑둥현 등 남부 산악지대에는 1370여명의 주민이 고립된 상태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마잉주 총통까지 나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대만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중장비를 공수할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와 이동식 주택 지원을 국제사회에 요청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60여개국에서 200만달러 상당의 구호물자를 대만에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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