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회는 확전에 소극적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수행 전략을 놓고 미국의 정치권과 아프간 현지 야전군 사령부가 이견을 보이며 갈수록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은 31일 ‘아프간 전쟁 평가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아프간전 수행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아프간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전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행 전략의 재조정, 책임감과 결의, 협력 증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탈레반과의 싸움이 아프간인들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어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병력 증파 및 탈레반에 일자리 제공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이날 병력증파 요청 방침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은 맥크리스털이 수주 안에 병력 증파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며, 보고서도 이를 위한 토대를 닦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군과 나토군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탈레반을 제압하기에 충분한 병력과 군수물자를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군사력 증강을 요구해왔다. 미군은 지난 7월부터 아프간 남부에서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전을 개시한 이후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달에만 45명이 전사해, 2001년 개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미 의회는 아프간 전쟁 확대에 소극적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 보고서를 보지 않았다”면서 “수주 안에 구체적인 대책 권고안들이 나오겠지만, 그것들이 이번 보고서의 일부는 아니다”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아프간에는 너무 많은 미군이 주둔 중이며, 병력증파가 아프간인들에게 적대적 점령군으로 비칠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전쟁과 국가안보 정책 등을 놓고 진보진영에서도 점증하는 불만에 직면해 있다”며, “아프간전 확대는 오바마 정부가 부패했다는 비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더욱 복잡하게 엮이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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