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군사적 성공사례 없어…“오바마에 속지말라” 촉구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지도자가 미국과 나토 연합군에 “아프간 역사에 대해 공부하라”고 일갈했다.
2001년 미국의 침공으로 붕괴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의 지도자 뮬라 오마르는 19일 탈레반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서방 연합군의 일방적인 패배가 임박했다”며, 외세가 아프간에서 군사적으로 성공한 예가 거의 없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번 성명은 이슬람 단식월인 라마단이 끝나고 알피트르 축제가 시작되는 시점과 미국의 아프간 침공 8주년에 맞춰 나왔다. 오마르는 영어로 쓰인 이날 성명에서,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파슈툰족에 패퇴한 사례와 19세기 영국의 침략을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아프간 주둔 나토 연합군이 엄청난 피해로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며 “우리는 장기전을 치를 각오가 돼있으며, 침략자들을 몰아낼 때까지 지하드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르는 또 “서방의 대리정권인 카르자이 정부의 만연한 부패와 마약 밀매, 군벌들의 폭정은 (서방의) 식민통치의 일부”라며, “서방의 대중들이 아프간 전쟁을 ‘필요한 전쟁’이라고 정당화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자신들을 카르자이 현 정권 및 토착 군벌세력과 차별화하고 서방의 아프간전쟁 논란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마르는 현재 파키스탄 내에 은신중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년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아프간 대선은 부정선거 시비에 따른 재검표로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엔 아프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영국에서 결선투표용지를 인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프간에선 다음달 혹한기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결선투표를 치르지 못할 경우 2010년 5월까지 최소 반년간 사실상의 권력공백에 따른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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