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문제 걸림돌…평화협상 못 끌어내
관심을 모았던 22일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3자 정상회담은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회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조속히 협상을 재개하라고 강도높게 압박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워싱턴 타임스>는 이날 회담이 수개월째 교착상태인 중동평화협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는 3자회담에 앞서 네타냐후, 아바스와 각각 따로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영구적인 지위에 관한 협상이 지금 곧 재개되야 한다”며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스라엘의 공세적인 정착촌 확장 문제다. 회담을 지켜본 백악관 관리들은 오바마가 ‘2개 국가 공존’에 관한 본격 협상에 앞서 다른 현안들이 타결되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문제에 한없이 발목을 잡혀있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지 미첼 미국 중동특사도 “미국은 어떠한 다른 이슈들도 평화협상의 전제조건이나 걸림돌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대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쪽의 반응은 동상이몽에 가까웠다. 특히 이스라엘의 평가는 미국 정부쪽 시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우리는 중동평화 로드맵의 이행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밝혔으며, 이스라엘에도 정착촌 중단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회담 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협상이 정착촌 동결 문제에 종속되어선 안된다고 했던 미국의 태도 변화는 이스라엘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미첼 중동특사가 다음주 워싱턴에서 양쪽의 협상팀을 다시 만날 것이며, 클린턴 국무장관이 10월 중순까지 그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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