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핵확산방지 결의안’ 채택
미 초안 기초로 작성…오바마, 국제정치력 과시
“위험 노출된 핵물질 4년안 봉쇄 국제적 노력”
미 초안 기초로 작성…오바마, 국제정치력 과시
“위험 노출된 핵물질 4년안 봉쇄 국제적 노력”
전세계의 핵무기 비확산과 군축을 위한 노력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4일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와 이를 위한 유엔 회원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핵 비확산’을 향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대 핵강대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4월 유럽 순방에서 전격적으로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며 러시아에 핵전력 감축을 제안했고, 전략핵무기 감축협정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 재개를 이끌어냈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도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기초로 작성됐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핵무기 철폐’라는 공약 이행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디면서 국제 무대에서 정치력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백악관은 이번 결의안 채택이 오바마 대통령의 ‘핵감축 의제’가 국제사회에서 인준을 받은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결의안 통과 직후 “국제법은 공허한 약속이 아니며, 국제조약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우리는 새로운 결의를 갖고 이번 회담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취나 공격 등의) 위험에 노출된 모든 핵물질을 4년 안에 봉쇄하는 국제적 노력이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어느 특정 국가만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날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국제회의에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참석시켜 핵 비확산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결의안 최종안 작성 과정에서 막판에 추가된 “핵무기 보유국은 핵 비무장국가에 대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에 주목하고 “모든 핵보유국은 이 조항의 ‘무조건 이행’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국가 간 불신의 수위가 너무 높아 문제의 매듭을 푸는 게 복잡하긴 하지만, 이번 결의안은 반드시 이행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것은 새로운 미래를 향한 신선한 출발점을 제공하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안보리 이사국 정상들의 전례 없는 핵무기 감축 결의안 동참을 치하했다.
그러나 핵감축과 비확산을 위한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약대로 우선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의 상원 비준이라는 숙제부터 풀어야 한다. 1996년 유엔총회에서 서명된 이 조약은 181개국이 비준했지만, 미국 등 9개국이 비준하지 않음으로써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가 이 조약에 서명했지만 1999년 공화당 우세의 상원이 인준을 거부했다.
인도·이스라엘·파키스탄 등 핵 비확산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핵보유국들과 이란·북한 등 후발 핵야망 국가들의 핵 비확산 참여를 유도하고, 이들 국가가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연하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정교하게 가다듬는 것도 ‘핵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에 놓인 과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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