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보일·스미스 공동수상
현대사회에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광통신과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기술을 처음 발명한 광학기술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빛의 처리기술로 정보통신의 토대를 놓은 공로가 높게 평가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6일 “광통신용 유리섬유로 빛을 전송하는 기술에서 획기적 발전을 이룬 중국 출신 영국인 찰스 카오(76·스탠더드텔레콤연구소)와, 디지털카메라에 쓰이는 영상 소자를 처음 만든 캐나다 출신 미국인 윌러드 보일(85·벨연구소), 미국인 조지 스미스(79· 〃 )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000만크로네(140만달러)의 상금 절반은 카오에게 돌아가며, 나머지 절반은 보일과 스미스가 나눠 갖는다.
노벨상 수상으로 카오는 1966년 광섬유로 빛 신호를 먼 거리까지 거의 손실 없이 보내는 새로운 방법을 처음 고안한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리섬유로는 유리 안 불순물 탓에 빛을 수십m도 보내지 못하는 한계가 컸으나, 카오는 매우 높은 순도의 유리섬유를 만들어 100㎞ 이상까지 빛을 전송하는 길을 열어놓았다. 과학아카데미는 “이런 광통신 기술 덕분에 지금 인터넷 같은 지구촌 광대역 통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보일과 스미스는 1969년 요즘 디지털카메라에서 빛을 전자 신호로 바꾸어 영상 데이터를 기록하는 핵심 소자(CCD, 전하결합소자)를 발명했다. 아인슈타인은 금속 표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광전효과’를 규명해 1921년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번 수상자들은 광전효과를 응용해 빛을 받을 때 생성되는 전자신호로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창안했다. 오늘날에 내시경이나 필름 없는 엑스선 등에 폭넓게 쓰이는 이른바 ‘디지털 전자 눈’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광통신은 전자기학에서, 영상 감지 소자는 광전효과에서 기초과학을 응용해 빚어낸 대표적인 기술들”이라며 “올해 수상자 선정은 인류를 위한 발견·발명에 상을 준다는 노벨상의 취지에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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