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의존 벗어나 관계확대 추진’ 등 외무부 메모 공개
외교정책 다변화인가, 독심 품은 홀로서기인가?
이스라엘이 과도한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루살렘 포스트> 인터넷판은 이스라엘 외무부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장관의 지시로 최근 작성한 5쪽짜리 비밀메모 사본을 입수해 7일 보도했다. ‘전반적인 신외교정책의 가이드라인’으로 알려진 이 메모는 미국에 대한 ‘고독한 의존’에서 벗어나 다른 강대국 및 개발도상국들과 폭넓고 밀접한 관계를 발전시킬 것을 제안하고 있다.
메모는 “미국은 의심할 바 없는 이스라엘의 베스트 프렌드”라면서도 “미국에 대한 고독한 의존은 서로에게 이롭지 않으며, 다른 나라들과 상호 관심사에 바탕한 동맹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지지 세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전임 정부들이 등한시해 왔던 국가들과 관계를 확대하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낮추며, 전세계의 반유대주의적 표현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펼 것을 제시했다.
메모는 특히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유엔 의결을 앞둔 결정적 상황이 닥칠 때에만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아무 나라나 붙잡으려 한 것은 체계적 사고를 결여한 애처로운 풍경이었다”며, 이들 나라들과의 고위급 회담과 경제 지원, 문화 교류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구상은 올해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메모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당국 간에 즉각적이고 전반적이며 포괄적인 해법을 강요하는 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못박았다. 정착촌 건설의 전면 중지와 중동평화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압박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번 메모에 드러난 이스라엘의 외교정책 전환 구상은 강경보수 성향의 현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다양하고 적극적인 외교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리베르만 외무장관이 이끄는 극우정당인 이스라엘베이테이누는 지난 2월 총선에서 네타냐후 현 총리가 이끄는 보수우파 리쿠드당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연정을 구성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리베르만 외무장관이 조만간 ‘새로운 외교정책’의 타당성과 이행 방안을 외무부의 고위 전문가 그룹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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