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 뮐러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
루마니아 독재정권 부패꼬집어
87년 ‘펜의 자유’ 찾아 독일 망명
루마니아 독재정권 부패꼬집어
87년 ‘펜의 자유’ 찾아 독일 망명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재 치하 루마니아의 암울한 상황을 냉정하고도 시정 넘치는 필치로 그린 작가이다. 뮐러는 1953년 루마니아의 독일인 마을 니츠키도르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2차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에서 복무한 전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머니는 전쟁 뒤 지금의 우크라이나로 끌려가 5년 동안 강제노동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 뮐러는 티미쇼아라 대학에서 독문학과 루마니아 문학을 공부했으며, 졸업한 뒤에는 공장에서 통역으로 일을 하다가 비밀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거부하는 바람에 해고되었다. 뮐러는 82년 독일어로 쓴 단편집 <절망상태>로 등단했지만, 작품들은 검열에 의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2년 뒤 그는 검열로 망가지지 않은 원고를 몰래 빼돌려 독일에서 출간해 호평을 받았다. 또 같은 해에는 루마니아에서 <억압적인 탱고>를 펴냈다. 이 두 작품은 독일어를 쓰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부패와 불관용, 위선과 억압 등을 그렸다. 루마니아를 떠나기 위해 여권을 얻으려는 독일계 농부 가족을 등장시킨 86년작 <인간은 세계의 커다란 꿩> 역시 우체국장에서 신부까지 힘 있는 자들이 이 가족을 상대로 금전적·성적 대가를 요구하는 잔인하고 추악한 면모를 그리고 있다. 루마니아 국영 언론은 이 작품들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지만, 독일 언론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 참가해서 루마니아의 독재 체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그는 루마니아에서 더 이상 책을 낼 수 없게 되었다. 비밀경찰의 감시와 심문, 가택 수색은 물론 살해 위협에까지 시달리던 그는 결국 87년 남편과 함께 독일로 망명했다. 그 이후 뮐러는 베를린에서 살고 있다. 뮐러의 작품들은 순수하고 시적인 언어와 은유가 특징으로, 독재와 억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산문의 아름다움과 반짝이는 유머로 상쇄하는 솜씨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20여개 언어로 번역됐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책그림책>(민음사)이라는 책에 ‘백 개의 옥수수 알’이라는 짧은 글이 실려 있을 뿐이다. 이 책은 밀란 쿤데라, 미셸 투르니에, 세이스 노터봄 등 46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이 독일의 화가이자 삽화가인 크빈트 부흐홀츠의 책 관련 그림들을 보고 짧게 쓴 글들을 한데 엮은 것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AP 연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