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 여파로 ‘저성장-고실업’의 덫에 빠져 있는 유럽경제가 ‘정치적 불안정’이란 또하나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무엇보다 유로화 약세 기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한때 1.2466달러까지 떨어져 7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에이비엔암로의 통화전문가 젤리노스는 “유로권의 성장 둔화에 정치적 방향성까지 흔들리게 돼 유로화 가치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클로트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현재 유로권은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유럽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유로화 약세는 수출기업에는 유리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자칫 ‘저성장-고물가’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60년만에 최저 수준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연 2%)를 더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이 올해 유로권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종전(1.6%)보다 더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그 이유로 △기업들의 역내 신규 투자 부진 △실업률의 5년이래 최고치(8.9%) 상승 △각국 정부 국민 지지율 하락 등을 들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경제의 부진은 유럽연합 예산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한 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경제부진 탓에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는 통합 주도국들이 유럽연합 유지 비용에 점점 더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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