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일간지 보도…중동 비핵화 협의한 듯
이스라엘과 이란이 지난달 말 이집트에서 비밀리에 만나 중동지역 비핵화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22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식적인 대표가 직접 협의를 한 것은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일어난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의 메이라브 자파리오디즈 원자력위원회 국장과 이란의 알리 아스가르 솔타니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사는 지난달 29~30일 국제핵비확산군축위원회(ICNND) 주선으로 카이로 시내 호텔에서 여러 차례 모였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회의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아랍연맹, 이집트, 요르단, 튀니지, 터키 등의 대표도 참석했다.
이란의 솔타니에 대사는 한 회의석상에서 이스라엘 쪽에 “당신들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자파리오디즈 국장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솔타니에 대사는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을 위협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자파리오디즈 국장은 회의에서 이스라엘은 원칙적으로 중동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데 기꺼이 참여할 뜻이 있지만, 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려면 역내 평화와 안보협정의 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회담에 관해 이스라엘은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도 만남 자체는 인정했다. 이스라엘 원자력위원회의 야엘 도론 대변인은 “두 나라 대표만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란 원자력기구의 알리 쉬르자디안 대변인은 “제네바와 빈에서 열린 핵 회담의 성공에 악영향을 주려고 고안된 심리전”이라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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