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법원, 23명에 5~8년형
미 ‘범죄인 인도 프로그램’ 제동
미 ‘범죄인 인도 프로그램’ 제동
지난 2003년 이탈리아에서 ‘테러 용의자’를 납치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23명과 이틸리아인 2명이 사건 관할 법원인 이탈리아 밀라노 지방법원에서 4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미국이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실행해온 ‘범죄인 인도 특별 프로그램’ 관련자에 대한 세계 최초의 유죄 판결이라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주범인 로버트 레이디 전 중앙정보국 밀라노 지부장은 8년형을, 나머지 22명은 5년형을 선고받았다. 밀라노 법원은 기소된 미국인 26명 중 3명에게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피고인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재판정에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미국이 밀라노 법원의 범죄자 송환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행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테러 용의자를 임의로 체포한 뒤 고문이 허용된 제3국으로 이송해 조사하고 해외 비밀감옥에 가둬두는 불법이송 작전을 펼쳐 비난을 받아왔다. 이번 사건도 지난 2003년 2월 중앙정보국 요원들이 밀라노 시내에서 이집트 성직자 하산 무스타파 나스르를 납치해 이집트로 이송해 조사를 받게 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초 중앙정보국의 비인도적 심문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해외 비밀감옥도 폐쇄했지만, ‘범죄인 인도 특별 프로그램’은 여전히 실행 중이다.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밀라노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부시 정부의 모든 악습을 없애라고 오바마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시민자유연맹은 “이번 판결은 특별 이송프로그램에 대한 첫 유죄선고”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언 켈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오바마 정부는 이번 판결에 실망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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