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 아시아 순방 일정
[오바마 첫 아시아 순방]
무역역조·환율 문제, 미 실업난과 연관 인식
부인 미셸 동반 안한채 ‘경제 실무회담’ 공들여
중국·아펙국가, ‘강한 달러’ 요구로 맞받을듯
무역역조·환율 문제, 미 실업난과 연관 인식
부인 미셸 동반 안한채 ‘경제 실무회담’ 공들여
중국·아펙국가, ‘강한 달러’ 요구로 맞받을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번 동아시아 순방에 부인 미셸을 동반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순방의 성격을 ‘실무회담’에 가깝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불균형’ 해소라는 미국의 가장 큰 ‘비즈니스’를 껴안고 아시아에 온다. 궁극적으론 중국의 위안화를 겨냥한 것이지만, 이와 더불어 아시아 각국을 향한 시장개방 압력도 거셀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진행한 아시아 순방 관련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태 지역 지도자들과 균형성장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뒤, “균형성장 전략이란, 아·태 국가의 시장이 우리 수출에 개방돼 있고, 전 세계의 번영이 더 이상 미국의 소비와 차입에 의존하기보다 미국의 혁신과 상품에 의존하게 됨을 뜻한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한 마디로 ‘아시아는 수출하고, 미국은 소비하는’ 글로벌 생산소비 구조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세계 경제통계를 보면, 미국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1년간 무역수지 적자 총계가 5747억달러였다. 지난해 금융위기 직전부터 1년이니, 미국의 수입이 극도로 줄어들었어도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 다음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큰 나라인 영국이 1302억달러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동안 최대 무역흑자국은 중국(2506억달러)이다. 또 동아시아의 한국(336억달러), 일본(152억달러), 말레이지아(349억달러), 대만(198억달러), 싱가포르(186억달러), 인도네시아(148억달러), 태국(139억달러) 등 대부분 나라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이 이들 나라의 제품을 구입한 덕에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회복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건 사실이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3.0%로 예상되지만, 중국은 목표치가 8.0%인 것을 비롯해 일본, 한국 등 순방국들은 모두 플러스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성적표를 들이대며, 무역역조, 시장개방, 환율 문제 등을 강하게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너희나라 국민들도 미국 제품을 좀 써달라’는 요구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백악관에서 일자리 대책회의를 소집하겠다는 발표를 동시에 했는데, 이는 이런 무역역조가 미국 실업률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은근히 시사한 것이다. 특히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고수하는 중국을 향한 위안화 절상 압력도 상당할 전망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들도 오바마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수출품이 동아시아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것이 비단 국가정책의 문제만이 아니며, 제품이나 가격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물론 아펙 국가들은 오히려 오바마에 ‘강달러’ 정책을 요구할 태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가 달러에 대한 아펙의 우려를 듣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첫 방문국인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