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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중 ‘출구전략’ 입장차

등록 2009-11-26 14:15수정 2009-11-26 14:17

미, 거품 우려되지만…

“상당 기간 매우 낮은 단기금리를 지속하면 일부 부정적인 부수 효과들을 낳을 수 있다.”

24일(현지시각)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일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와 다섯 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장으로 구성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지난 3~4일 올 들어 7번째 회의를 열어 0~0.25%인 현 연방기금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20일 지난 후 관례대로 당시 회의에서 오간 대화를 비교적 상세히 전하는 에이포(A4)용지 20쪽짜리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조차 사실상 제로금리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준 “제로금리 부작용 위험 있으나…”
실업률 등 고려 현재 금리 유지할 듯

연준은 의사록에서 기록적인 저금리가 “금융시장에서 지나친 위험감수를 이끌 수 있다”며 “이러한 위험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비롯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자금 조달 비용을 크게 떨어뜨린 미국의 초저금리와 달러 가치의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신흥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에이피>(AP) 통신은 의사록의 의미를 “초저금리가 새로운 투기적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고 연준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주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을 비롯해 일본과 독일의 정책 당국자들은 잇따라 미국의 초저금리가 자산 거품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준은 안팎의 이런 우려에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톤을 낮췄다.

때마침 이날 미 국무부 부장관 출신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자산 거품이란 새로운 위험이 아시아에서 출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금리로 인한 ‘돈의 홍수’를 자산 거품의 원인으로 꼽았다.

부작용을 알면서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연준의 고충도 의사록에서 엿보인다. 연준은 경제와 노동시장이 지속성을 지닌 건강한 상태가 되려면, 5~6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소비, 상업용 부동산 문제 등으로 “경기회복의 속도가 역사적 경험과 비교해서도 더 느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회복이 더딘 탓에, 연준은 금리를 당분간 쉽게 올릴 수 없는 처지다.

연준은 내년 미국 경제가 이전 전망치(0.8~4%)보다 개선된 2~4% 성장하고, 실업률은 8.6~10.2% 사이에 걸쳐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 거품 우려되어서…

중국의 ‘긴축 신호’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거품을 우려해 은행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조심스럽게 긴축정책 쪽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4조위안 풀려 인플레 걱정
은행 대출 등 규제강화 ‘긴축 신호’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23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려 은행들이 대출을 “안정적이고 감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조정”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자본적정성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은행들은 시장 진입과 국외투자, 지점 신설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비엔피(BNP)파리바은행은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중국 내 11개 주요 은행들이 최소 자기자본을 3000억위안(440억달러) 이상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은행들이 강화된 자기자본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을 준비중이라고 25일 보도했다.

내년에는 중국 정부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영 <중국증권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현재 지급준비율은 13.5%로 최고치였던 17.5%에 비해 낮아, 15%로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조처들은 올해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서, 자산 거품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판단에서 나온 조처로 해석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 은행들은 8조9200억위안을 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조2600억위안이나 늘었다. 이런 쏟아붓기식 대출로 중국 은행들의 자본적정성 비율은 지난해 말 10%에서 올 9월 말 8.89%로 급락했다. 부실 대출로 지난 십여년 동안 공들여온 은행 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거품 위험론이 제기되면서 출구전략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음달 초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는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할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현행의 유연한 통화정책에 미세한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차오위안정 인민대 경제학원 교수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된 유연한 통화정책이 적극적에서 중립적으로 완만하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류만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연구원은 최근 관영 주간 <랴오왕>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가 내년 2분기 말부터 출구전략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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