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러시아산 6척 구매…영유권 갈등 고조
중국과 주변 국가들의 영유권 갈등이 치열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부상에 맞선 ‘잠수함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트남은 16일 약 20억달러를 들여 6척의 러시아산 킬로급 잠수함을 구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를 방문한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함께 베트남 국방부가 러시아 국영 무기업체 로소보로넥스포르트로부터 잠수함과 전투기, 군사장비 등을 구입하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7일 전했다. 베트남은 앞으로 6년에 걸쳐 해마다 1척씩 잠수함을 들여올 계획이다. 베트남은 러시아로부터 12대의 수호이 Su-30MK2 전투·전폭기도 도입하기로 했다. 양국은 베트남의 첫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베트남전 종전 이후 베트남이 맺은 최대 규모의 무기 구매 계약이다. 최근까지 베트남이 보유한 잠수함은 1990년대 말 북한에서 도입한 2척의 중고 소형 잠수함뿐이었다. 이번 잠수함 도입은 베트남의 해군력을 크게 증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킬로급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식 잠수함으로 정보 탐지나 적군의 선박, 잠수함과의 교전용으로 개발됐다. 베트남 해군력 강화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선 억지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퇴역 장군인 쉬광위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베트남은 중국의 군사 현대화 프로그램 때문에 해군력 강화에 절박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해군력 증강으로 2차대전 이후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확고하게 지켜온 해군력 우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우려한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도 잠수함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베트남의 갈등은 최근 더욱 고조됐다. 중국은 하이난섬 싼야에 지하 해군기지를 완성해 킬로급 잠수함들을 배치했고, 핵추진 잠수함들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의 적국이었던 미국과도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풍꽝타인 국방장관이 이끄는 베트남의 고위 군사사절단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초청으로 10일부터 미국을 방문중이다. 양국은 미 해군 함정의 베트남 기항과 ‘전략대화’ 개최 등 군사부문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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