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업체, 세계 2위 영국 캐드베리 인수 꼬여 넉달째 군침만
세계 2위 초콜릿·사탕 업체인 영국 캐드베리(Cadbury) 인수를 둘러싼 ‘초콜릿 인수·합병(M&A) 전쟁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선전포고는 지난해 9월 세계 2위 식품업체(초콜릿·사탕 기준 5위)인 미국 크래프트 차지였다. 치즈 회사로 더 유명한 크래프트는 금융위기 동안 확보한 현금을 토대로 160억달러를 제시하며 자금난에 빠진 캐드베리에게 접근했다. 캐드베리가 이를 거절하자, 아예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는 등 강한 적극성을 보였다. 그러자 세계 초콜릿업계 3~5위인 네슬레(스위스)와 허쉬(미국)·페레로(이탈리아) 등 다른 회사들이 모두 캐드베리 인수전으로 몰려들었다. 세계 초콜릿시장은 현재 적절하게 배분돼 있으나, 크래프트가 캐드베리를 인수하면, 세계 초콜릿업계는 마스(미국)와 크래프트(미국)로 양분된다. 다른 업체들로선 특히 떠오르는 초콜릿시장인 중국시장 공략에서 밀릴 수 있다. 또 세계 1위 식품업체인 네슬레도 1위 자리를 내줘야 한다. 세계 1위 초콜릿업체인 마스는 이미 지난 2008년 당시 세계 1위 껌 회사인 리글리를 인수해 여력이 없다. 네슬레가 인수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이제 전장에는 크래프트와 허쉬(미국)만 남았다. 페레로와 함께 인수전을 펴는 허쉬는 자기 덩치의 두 배나 되는 캐드베리 인수를 놓고 이사진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엇갈려 현재로선 크래프트가 훨씬 앞서있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이 크래프트에 제동을 걸었다. 크래프트의 최대주주(9.4%)는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다. 버핏은 캐드베리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3억7000만주의 신주를 주당 27달러에 발행한다는 크래프트의 계획을 반대했다. 버핏은 지난 2007년 주당 33달러에 캐드베리 주식 36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는데, 현재 주가는 27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신주발행까지 겹치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 있어 주주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크래프트와 캐드베리 주가는 인수·합병에 대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춤을 춘다. 버핏의 반대 의사가 표명된 5일 크래프트 주가는 4.9%나 올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6일 “워런 버핏의 반대로 크래프트의 캐드베리 인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래프트는 걸림돌이 하나 더 생겼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6일 크래프트의 캐드베리 인수를 승인했으나, 독점을 우려해 캐드베리의 폴란드, 루마니아 사업부문 매각을 조건부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큰 걸림돌은 인수대상인 캐드베리의 크래프트에 대한 거부감이다. 크래프트의 일방적인 인수·합병 선언으로 불쾌감이 더한데다, 기독교의 한 종파인 퀘이커교도가 세운 캐드베리는 영국의 노예무역을 비판하고 노동자 권리를 중시하는 등 대표적인 사회책임 기업이다. 캐드베리는 노동자들에게 정원이 있는 주택을 지어줄 정도로 친노동적인 기업이다. 인수·합병으로 성정한 크래프트와는 정반대다. 크래프트는 벌써부터 “인수 뒤, 고용보장을 약속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캐드베리는 오히려 허쉬 쪽에 자신들을 인수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을 정도다. 허쉬는 캐드베리의 미국판매를 대행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 허쉬와 공동인수를 추진중인 페레로는 지난해 존슨앤존슨을 제치고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오를 정도로 훌륭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다.
또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자국의 유명 기업 매각을 수수방관했던 영국 정부가 뒤늦게 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제는 자국기업의 해외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로드 만델슨 영국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말 “크래프트 푸즈가 캐드베리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선다면, 영국 정부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의회도 국익을 명분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세계 1위 식품업체, 세계 1위 초콜릿업체로 등극하겠다는 크래프트의 야심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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