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탑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가 발사대에 설치된 모습. AFP 연합뉴스
‘지구밖으로’ 불붙는 경쟁
바야흐로 우주개발의 춘추전국시대다. 미·소가 우주공간을 독점하던 시대는 이미 옛이야기가 됐다. 특히 몇년 안에 미국에 이어 인류역사상 두번째로 유인 달우주선을 발사할 채비를 갖춘 중국과, 기술력을 앞세운 국제프로젝트 참여로 장기체류 우주인을 배출하고 있는 일본의 기세가 무섭다. 우주개발을 향한 각국의 야심 찬 목표와 현주소를 살펴본다.
일본, 우주 장기체류 시대 합류
“나는 우주인(별명)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간 적은 없습니다. 노구치 비행사가 부러워 죽겠어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7일 밤 총리관저에서 지구에서 400㎞ 떨어진 우주정거장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의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44)와 영상모니터로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하토야마 총리는 “만약 우주정거장에 모든 사람이 승선해 지구를 바라본다면 싸움이 없어지지 않을까요?”라며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정신’을 강조하자 노구치 우주비행사는 “멋진 말 감사합니다. (다른 나라 비행사와)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겠습니다”라며 화답했다. 지난해 12월21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의 부조종사로 카자흐스탄의 우주기지를 떠나 다음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노구치는 이번이 두번째 우주여행. 2005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장기체류하게 된다. 주임무는 일본 우주실험실 ‘희망’의 유지관리를 비롯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단백질 결정체 만들기 등 무중력상태에서 각종 실험을 하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이 15개국이 공동소유한 호텔 같은 것이라면, 지난해 발사해 우주정거장에 접속한 ‘희망’은 일본이 처음으로 갖게 된 ‘자기 방’ 같은 것이다. 노구치의 이번 우주여행은 일본의 우주 장기체류 서막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노구치에 이어 2013년까지 4명의 일본인 우주인이 해마다 반년 이상 우주에 머물 예정이다. 이전까지 일본인 우주비행사는 모두 7명으로, 지난해 4개월간 우주에 머문 와카타 고이치(46)를 제외하곤 모두 열흘 안팎의 짧은 체류였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15개국이 건설해 운용하고 있는 우주정거장의 비행사들은 기본적으로 반년 주기로 교체된다. 노구치는 처음으로 6개월 교체시스템에 정식 포함된 것이다. 일본인 우주인이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된 것은 일본이 국제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보조우주선을 잇따라 완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발사된 ‘희망’이 우주정거장에 접속돼 완성된 데 이어, 9월엔 우주정거장 무인보급선(HTV)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장기체류 우주비행사의 6%에 해당하는 할당량을 받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중국 일취월장, 달 착륙 성큼
2010년 중국은 우주인 달 착륙과 우주정거장 건설을 향한 야심 찬 행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10월에는 달 탐사위성 창어 2호가 발사된다. 2007년 발사돼 지난해 임무를 마무리한 중국 첫 달 탐사위성 창어 1호에 이어 탐사기구를 탑재한 착륙선을 발사해 달 표면에서 탐사작업을 시도하는 제2기 프로젝트다. 창어 2호는 우주인 달 착륙을 위해 ‘연착륙 기술능력을 실험하는’ 준비 임무를 띠고 있다. 중국은 2012년 무인우주선 창어 3호의 첫 달 착륙, 2017년 이전 우주인의 달 착륙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달에 매장된 에너지원을 선점하고, 미래 우주전에 대비한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전 중국의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향한 행보도 야무지게 진행된다. 올해 하반기에는 첫 단계로 소형 우주정거장 겸 우주실험실인 톈궁 1호를 쏘아올린다. 무게 8t의 톈궁 1호는 각종 우주 관측 장비가 실려 있는 소형 우주정거장이다. 발사가 성공하면 이후 2011년 우주선 선저우 8호를 쏘아올려 톈궁 1호와 도킹을 시도한다.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 원창에서는 지난해 9월 착공한 최신 우주발사센터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2013년 완공될 이 시설은 간쑤성 주취안, 쓰촨성 시창, 산시성 타이위안에 이은 중국의 네번째 우주발사센터다. 이밖에 미국이 관리하는 현재의 위성항법시스템(GPS) 의존을 줄이기 위해 개발해온 중국 자체 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 프로젝트를 위한 위성들도 올해 발사될 예정이다. 저명한 우주 전문가인 크레이그 코볼트는 최근 온라인판 <스페이스플라이트 나우>에 “2010년 중국은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 이후 가장 야심적이고 다양한 유인·무인 우주 연구와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중국은 2003년 양리웨이가 선저우 5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 유인우주선 발사국이 됐다. 이후 2007년 달 탐사위성 발사와 2008년 선저우 7호 우주인 자이즈강이 우주유영에 성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미, 올해만 9차례 우주선 쏜다
미국=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월3일 최신 태양관측위성을 탑재한 아틀라스 5호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올해에만 9차례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우주기상 연구, 우주정거장 실험장비 전달 및 유지보수, 지구 기상관측, 지구 대기 분석 등 임무도 다양하다.
나사는 중장기 계획의 양대 축으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과 ‘뉴프런티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은 ‘우주 관측’을 통해 태양계와 우주 생성의 비밀을 밝히려는 것이다. 또 뉴프런티어 프로그램은 ‘태양계 탐사’를 통해 지구의 생성과 생명의 기원을 추적한다.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의 하나인 허블망원경은 최근 빅뱅 이후 가장 유년기 우주의 은하들을 발견했다. 뉴프런티어 프로그램은 명왕성 및 카이퍼 벨트 탐사선 뉴호라이즌호(2014년 도착 예정)와 목성 탐사선 주노(2011년 8월 발사 예정) 프로젝트가 이미 확정됐고, 금성 탐사, 행성 분석, 달 남극 월석 분석 프로젝트 중 하나를 2011년 중반께 추가로 확정할 예정이다.
나사는 2018년까지 우주인들을 다시 달에 보내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달에 반영구적 기지를 건설해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기 위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나사는 이를 위해 저비용 고효율의 신개념 유인 우주선을 개발하기로 했다. 현행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오는 9월 디스커버리호가 우주정거장에 다목적 실험장비를 전달해주는 것을 끝으로 종료된다. 1981년 콜럼비아호가 우주왕복선 시대를 연 지 30년만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들은 그동안 모두 134차례 발사돼 과학실험과 장비운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왔다.
유럽=유럽연합 18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럽우주국(ESA)은 2025년까지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오로라 계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사와 공동으로 화성의 생명체 존재(흔적) 여부를 탐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8억5000만 유로가 투입된다. ESA는 그 기초단계로 2016년에 화성 궤도위성을 발사해 화성 대기를 분석하고, 2018년에는 화성표면 무인탐사선인 엑소마르스호를 2018년께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구상은 애초 2011년에 화성탐사 무인로봇만을 발사하려던 계획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유럽우주국은 첨단 위성위치추적프로그램인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수년간 최소 20여개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오차범위 1m 이내의 위치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미국의 지피에스(GPS) 시스템 및 러시아의 글로나스 시스템과도 연계된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미국이 지피에스와 다른 경쟁시스템이 자국의 군사시설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2007년에 폐기 직전까지 가는 고비를 넘겼다. 지금은 50억 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예산 확보 방안이 최대 난제다.
발사 성공률 97%를 자랑하는 아리안 5호 로켓과 베가 로켓 등 발사체 개발과 위성 발사도 유럽연합의 주요 우주사업이다. 미국 위성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위성산업의 시장 규모만 1444억달러(약 164조원)이고, 2003~2008년 시장성장률은 연평균 14.2%에 이른다.
러시아도 올해에만 유인우주선 소유즈호를 4차례 발사하는 등 모두 10차례에 걸쳐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라고 국영 우주로켓 회사 에네르기아가 지난 6일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나는 우주인(별명)으로 불리지만 실제로 간 적은 없습니다. 노구치 비행사가 부러워 죽겠어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7일 밤 총리관저에서 지구에서 400㎞ 떨어진 우주정거장에 체류하고 있는 일본의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44)와 영상모니터로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하토야마 총리는 “만약 우주정거장에 모든 사람이 승선해 지구를 바라본다면 싸움이 없어지지 않을까요?”라며 자신의 정치철학인 ‘우애정신’을 강조하자 노구치 우주비행사는 “멋진 말 감사합니다. (다른 나라 비행사와) 세계 평화를 이야기하겠습니다”라며 화답했다. 지난해 12월21일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의 부조종사로 카자흐스탄의 우주기지를 떠나 다음날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노구치는 이번이 두번째 우주여행. 2005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올해 5월까지 6개월간 장기체류하게 된다. 주임무는 일본 우주실험실 ‘희망’의 유지관리를 비롯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단백질 결정체 만들기 등 무중력상태에서 각종 실험을 하는 것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이 15개국이 공동소유한 호텔 같은 것이라면, 지난해 발사해 우주정거장에 접속한 ‘희망’은 일본이 처음으로 갖게 된 ‘자기 방’ 같은 것이다. 노구치의 이번 우주여행은 일본의 우주 장기체류 서막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노구치에 이어 2013년까지 4명의 일본인 우주인이 해마다 반년 이상 우주에 머물 예정이다. 이전까지 일본인 우주비행사는 모두 7명으로, 지난해 4개월간 우주에 머문 와카타 고이치(46)를 제외하곤 모두 열흘 안팎의 짧은 체류였다.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15개국이 건설해 운용하고 있는 우주정거장의 비행사들은 기본적으로 반년 주기로 교체된다. 노구치는 처음으로 6개월 교체시스템에 정식 포함된 것이다. 일본인 우주인이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게 된 것은 일본이 국제우주정거장에 필요한 보조우주선을 잇따라 완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발사된 ‘희망’이 우주정거장에 접속돼 완성된 데 이어, 9월엔 우주정거장 무인보급선(HTV)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장기체류 우주비행사의 6%에 해당하는 할당량을 받았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 우주인 달 착륙을 성공시킬 태세다. 사진은 2008년 중국인으로선 처음 우주유영에 나섰던 세 우주비행사가 훈련중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 주취안 우주발사센터/AP 연합뉴스
다음달 7일 발사 예정인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6시간의 운반작업을 거쳐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에 세워지고 있다. 케네디우주센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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