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아이티 고아들의 한국엄마, 참상 알리기 팔걷어

등록 2010-01-20 20:59

백삼숙(67) 목사
백삼숙(67) 목사
백삼숙 목사 “이곳에 묻힐 것”




“파란 하늘, 파란 하늘 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참혹한 참사가 일어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이른 아침, 까만 얼굴의 아이티 어린이들이 한국말로 한국동요를 부르고 있다. 아이티 사랑의교회 백삼숙(67·사진) 목사가 돌보는 고아들이다.

예순이 다된 나이인 2002년 아이티에 들어온 백 목사는 배낭 하나만 메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돌봐주면서 인심을 쌓아갔다. 고아들도 하나, 둘씩 맡게 돼 이젠 10명의 고아가 그의 집에서 자라고 있다. 신학생 등 5명의 아이티인들도 그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

지진 이후, 그의 집은 잔칫집 아닌 잔칫집이 돼버렸다. 온방에 방문객이 가득 찼고, 마루에는 평상을 6개나 펼쳐놓아야 사람들이 다 잘 수가 있다. 한국에서 온 목사, 기자, 피디(PD) 등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아줘 이들의 숙식과 교통을 일일이 제공했다. 일부 기자들을 차에 싣고 지진참사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며 설명도 해줬다. 백 목사는 “이곳에 온 사람들이 아이티를 한국에 알려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쉰이 넘어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애초 도미니카공화국 선교를 꿈꿨으나, 막상 도미니카공화국에 와서 보니 옆나라 아이티의 상황이 너무 열악해 ‘더 낮은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혼자 포르토프랭스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할렐루야 아줌마’라 부르더니, 요즘은 ‘엄마’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고 전했다. 백 목사의 집 주변은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경비원이나 철탑이 아닌, “주민들이 지켜준다”고 백 목사는 말했다. 몇 년 전에도 총을 든 도둑이 백 목사 댁에 들어가려다 마을 주민 200여명이 몰려나와 괴한을 몰아낸 적이 있었다. 백 목사는 “나는 아이티에 묻힐 것”이라며 “어머니도 이곳에서 나와 함께 살다가 지난 2005년 86살에 숨져 아이티 땅에 묻힌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고 말했다.

포르트프랭스/글·사진 권태호 특파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