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하이트전국흑인여성회(NCNW) 명예회장
킹 목사와 함께 60년대 투쟁 이끈 도로시 하이트
고 마틴 루서 킹 목사 등과 함께 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주도했던 도로시 하이트(사진) 전국흑인여성회(NCNW) 명예회장이 20일(현지시각) 타계했다. 향년 98. 여성 투표권도, 흑인들의 평등권도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에 태어난 도로시는 버나드칼리지에 합격했으나, 흑인 쿼터 2명이 다 찼다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하자,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장에서 “(흑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며 1인시위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10대 때부터 민권운동에 힘을 쏟았다. 이후 그는 할렘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지도자로 활동했고, 63년 킹 목사가 워싱턴에서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할 당시 현장의 앞줄에 서는 등 60년대 흑인 민권운동의 지도자 그룹 가운데 거의 유일한 여성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57년 전국흑인여성회 회장으로 뽑혀 97년 은퇴할 때까지 40년간 이끌었다. 또 그는 아이젠하워부터 오바마까지 백악관을 찾아 격의없이 민권문제를 호소할 수 있는 인물이었고, 가난한 시골 농가들의 가축 사육에 돈을 빌려주는 ‘돼지은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폈다. 평소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르익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늘 적극적이던 하이트는 90살이 넘어서도 쉬지 않았다. 그는 민간인이 받는 최고의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94)과 ‘의회 금장메달’(2004)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도로시는 전 생애를 평등 쟁취에 바친 민권운동의 대모이자, 미국인의 영웅”이라고 추모했다. 부인 미셸 오바마도 지난해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도로시 하이트를 꼽았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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