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10대 소녀들이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지팡이가 화제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의 유엔기금 학교에 다니는 아실 아부 릴(14) 등 10대 소녀 3명이 개발한 장애물 감지 지팡이가 내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리는 국제 과학엔지니어링 박람회에 출품초청을 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세계 50개국 참가자들이 그랑프리 상금 7만5000달러를 놓고 겨루는 대회에 당당하게 경쟁자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아부 릴은 앞을 못보는 삼촌과 숙모가 경사로가 많고 도로사정이 열악한 나블루스에서 길을 나설 때마다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개발에 나섰다. 지팡이에 적외선 센서 2개를 달아 전방의 장애물이나 노면의 급경사 등 위험 요인을 감지하면 ‘삐~’ 하는 경고음을 내는 원리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봉쇄와 통행 제한으로 전자부품은커녕 생필품도 쉽게 구하기 힘든 여건. 아부 릴은 수업이 끝나면 적합한 전기회로와 센서를 구하기 위해 차로 45분 거리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소재지 라말라의 가게들을 뒤졌다. 나블루스에서 라말라까지는 거대한 분리장벽이 늘어서 있고 이스라엘 군의 검문소를 2곳이나 통과해야 하지만, 소녀들의 인도주의 정신과 탐구열까지 막지는 못했다.
미국 시각장애인연맹의 마크 우슬런 기술분과장은 “센서 지팡이는 1970년대부터 개발돼 왔지만 이번 지팡이는 노면상의 구덩이까지 인식함으로써 기존 제품들의 근본적 결함을 해결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크리스 기네스 대변인은 “이 소녀들은 내일의 알버트 아인쉬타인”이라며 “우리는 다음 세대들에게 이성적 사고력을 가르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내일의 평화를 위한 배당금”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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