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항공위 ‘블랙박스’ 분석
지난달 10일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 부부 등 폴란드 정부 최고위급 인사 90여명을 태운 비행기가 러시아에 추락하기 전, 조종실에 승무원이 아닌 탑승자가 최소 2명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행기 추락 원인을 조사 중인 러시아 항공위원회는 또 사고 비행기 조종사가 “기상상태가 항공기 착륙에 적합하지 않다”는 러시아 관제당국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19일 전했다.
이런 사실은 블랙박스 녹음기록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타티야나 아노디나 항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외부인들 중 1명의 목소리는 신원이 확인됐으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선 폴란드 쪽의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조종실 문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승무원들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며,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합동사고조사위원회의 폴란드 대표인 에드문트 클리치도 “비행기 추락 전에 외부인들이 조종실에 16~20분 가량 머물렀다”고 확인했으나 “그것이 추락사고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폴란드 뉴스통신 <피에이피>(PAP)는 “외부인의 목소리들 중 하나는 안제이 블라시크 폴란드 공군참모총장의 음성”이라고 조사단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조사당국은 “사고 비행기에 테러, 기체 결함, 폭발 등은 없었으며 엔진도 추락하기 전까지 정상작동했다”고 밝혔으나, 사고 원인에 대해 선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검찰의 사고조사위원회는 폴란드 당국이 기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추락 직전 전화통화 기록을 제공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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