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구호선 총격’ 파문]
신속한 채택 이례적…이스라엘 외교적 고립 심화
미국 중재 중동평화협상 어그러져 악화관계 지속
신속한 채택 이례적…이스라엘 외교적 고립 심화
미국 중재 중동평화협상 어그러져 악화관계 지속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의 구호선박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 조사와 억류자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1일 새벽(현지시각) 발표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최소 민간인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런 행동”을 비난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는 신속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5월31일 이스라엘의 구호선박 공격 이후 수시간 만에 비상회의에 들어가 12시간 가까운 밤샘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사건 발생 불과 하루도 되기 전에 의장성명이 신속히 채택될 정도로 이번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한 전세계의 분노는 높았다. 다만 비난 성명의 수위를 놓고는 줄다리기가 벌어져, 애초 터키와 파키스탄, 아랍국가들이 요구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은 의장성명이 채택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1일 “유엔 안보리 성명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중동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외무부 장관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위선과 이중기준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하고 중동 평화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 확실하다. 온건 이슬람 국가인 터키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하며 이스라엘과 유대를 맺어왔지만, 이번 안보리 비난성명 채택 과정은 터키가 주도했다. 당장 터키는 이스라엘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미국의 중재로 18개월 만에 최근 재개된 간접 중동평화협상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사건 발생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에게 평화협상 중단을 요구했다. 하마스는 격분한 아랍국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이번 사건은)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하마스를 빼놓고 팔레스타인 당국과 평화협상을 벌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 악화도 길어지게 됐다. 두 나라는 평화협상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강행으로 관계가 크게 틀어진 상태였다. 하필 이번 사건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벌어져, 북미 순방 중이던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방문을 취소하고 긴급히 귀국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워낙 거세, 미국이 기존처럼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두둔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이 만나 ‘키스하고 화해’하기 직전에 벌어진 사건 발생 시점이 대단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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