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할퀸 땅에 사상최악 홍수까지 덮쳐
수년간 교전에 난민 200만명…폭우에 이재민 150만명 달해
수년간 교전에 난민 200만명…폭우에 이재민 150만명 달해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에서 80년 만에 가장 심각한 홍수로 1200명 이상이 숨졌다. 대테러 전쟁의 전선인 이 지역에 자연재해까지 덮치면서 주민들의 삶이 결정적으로 황폐해지고 있다.
<아에프페>(AP) 통신은 2일, 지난달 29일부터 하루 반나절 만에 300㎜가 넘게 쏟아진 열대성 호우로 인한 사망자가 1200~1500명을 넘어섰다는 북서변경주 관리의 말을 전했다. 한 민간구호단체는 사망자가 3000명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군병력 3만여명을 투입해 2만명 가까이 구조했다고 밝혔지만, 다리가 대거 유실되면서 2만7000여명이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서변경주 정부는 50만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으며, 이재민 규모가 150만명이라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재민 수를 250만명으로 추정했다. 중부 펀자브주도 큰물 피해가 휩쓸고 있다.
피해는 특히 파키스탄 대테러전 최전선인 스와트계곡에서 심각하다. 주택 1만4000여채가 파괴되고, 여러 마을이 통째로 쓸려 내려갔다. 스와트계곡과 인근 샹글라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400명 넘게 나왔다. 좌우로 높은 산들이 자리잡은 골짜기 지형을 흘러내린 물이 이 지역을 말 그대로 거대한 계곡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이 모자라 콜레라가 창궐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스와트계곡은 아름다운 산악과 초원, 청정한 호수 때문에 ‘파키스탄의 스위스’로 불리며 관광지로 이름났던 곳이다. 그러나 2003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 및 그와 연계된 무장세력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싸움터로 변했다. 정부군은 지난해 봄 대공세로 이 지역을 대부분 탈환했지만, 몇년간 교전 과정에서 2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이 중 절반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다. 한 주민은 1일 “3년간의 탈레반 점령과 이후 정부군과의 교전으로 파괴를 경험했는데, 지난 사흘 동안 더 심한 파괴를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간의 국경지대 평정을 위해 민심 동향에 민감한 미국은 재빠르게 구호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은 1000만달러(약 117억원)의 원조를 약속했고, 구호식량과 구호선박, 임시 다리 제공에 들어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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