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정착촌 건설동결 시한…이 “시한 연장 없다”
팔 “건설 재개땐 협상 중단”…2차협상 시작부터 난항
팔 “건설 재개땐 협상 중단”…2차협상 시작부터 난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을 재개한 지 2주가 채 안 돼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양쪽은 지난 2일 미국의 중재로 20개월 만에 백악관에서 직접 협상을 재개해 ‘1년 안에 2국가 공존체제 합의’라는 목표를 세우고 2주마다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14일 이집트의 휴양도시 샤름 엘셰이크에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조지 미첼 중동특사가 동석한 가운데 2차 협상을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2차 협상은 시작부터 정착촌 문제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자치령 안 정착촌 건설 시한부 동결이 이달 말로 종료되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를 수행한 핵심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정착촌 동결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모두가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길을 찾기를 열망한다”면서도 “협상의 전제조건을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은 정착촌 건설이 재개되면 협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도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동결’을 더 연장하라고 강력히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협상의 첫날 회동이 끝난 뒤 조지 미첼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정착촌 문제에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협상이 전반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협상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클린턴 장관은 회담에 앞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영속적 평화를 이룩할 때가 무르익었다”며 협상 성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2차 회담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미국은 언론 카메라 앞에서 두 정상이 논쟁을 벌이는 사태를 우려해 양쪽에 공동 기자회견 취소를 통보하고 언론에는 사진 촬영만 허용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예디오트 아하로노트>가 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스라엘의 군사명령 1653호에 따르면 정착촌 동결 시한은 애초 알려진 9월26일이 아니라 9월30일”이라며 “정착촌 동결이 연장되지 않으면 협상이 완전히 실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예정대로라면, 정착촌 동결 시한과 3차 협상 시일이 겹치게 된다. 정착촌 문제와 3차 협상 개최 여부가 직결돼 있는 셈이다.
양쪽은 1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이번 2차 협상의 2차 회동을 할 예정이어서, ‘정착촌’이라는 협상 걸림돌을 둘러싼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팔레스타인에는 120여개의 정착촌에 50만여명의 유대인이 거주하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정착촌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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