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척수 다친 환자 대상…2년간 8~10명 계획
인체 안전성 여부 주목…윤리성·성급한 실험 논란
인체 안전성 여부 주목…윤리성·성급한 실험 논란
배아줄기세포를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첫 임상실험이 시작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 제론은 척수·뇌 치료 전문시설인 애틀랜타주 셰퍼드센터에서 척수를 다친 신체마비 환자 1명에게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주입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임상실험 초기 단계로 척수 질환 환자들을 선택한 이 업체는 8~1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년씩 소요되는 실험을 모두 2년 동안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서는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희돌기교세포 생성 세포’ 200만개를 인체에 주입해 손상된 척수 신경세포 주위의 피막을 복원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수초로 불리는 이 피막은 중추신경계 작동에 핵심적 구실을 하는데, 손상 때는 마비가 발생한다. 제론은 배아줄기세포 치료제의 인체 안전성 확인이 실험 목표라고 밝혔다.
난자를 이용해 만들고 신체의 여러 부위로 자랄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의학 발전에 획기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안전성과 윤리적 논란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미뤄져왔다. 제론은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얻었고, 척수를 다친 지 2주 내의 환자들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정했다. 톰 오카마 제론 최고경영자는 “이번 실험은 의학의 새로운 새벽을 여는 것”이라며 “약품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고, 세포를 이용해 훼손된 신체기관을 영구적으로 복원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실험이 성공하면 여러 난치병 치료에 줄기세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현실화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론은 이미 동물 대상 실험에서 손상된 세포가 살아나 쥐가 다시 움직인 게 여러 번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면 줄기세포 연구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실험이 성급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종양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고, 식품의약청이 임상실험 승인을 몇 차례 미룬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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