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돈가방 수수 시인
NYT “충성 확보용 비자금”
미국 “이란 지원동기 의심”
NYT “충성 확보용 비자금”
미국 “이란 지원동기 의심”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돈을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아프간 탈레반과 전쟁중인 미국은 적성국가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25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우마르 다우드자이가 이란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돈가방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 타임스>가 23일 익명의 아프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시인한 것이다. 이 신문은 모두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지원금이 카르자이가 아프간 정치인들과 부족장들, 심지어 탈레반의 충성을 확보하는 비자금으로 쓰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카르자이는 “여러 우방국들이 (아프간) 대통령실에 현금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 돈도 투명하게 전달된 것”이라며 ‘비자금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도움을 고맙게 여긴다”며 “미국도 똑같이 우리 관리들에게 현금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르자이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매번 50만~70만유로(약 7억8000만~11억원)의 돈을 1년에 한두 차례 ‘공식 원조’ 형식으로 지원했다.
이란 외무부도 26일 “이란은 아프간의 재건과 경제 인프라를 지원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아프간의 평화와 안정은 이란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카르자이의 지시로 이란의 돈을 받아온 다우드자이는 1980~90년대에 친탈레반 무장정파인 ‘헤즈비 이슬라미’에서 활동했으며, 2005~2007년 이란 주재 아프간 대사를 지낸 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복귀한 반서방 성향의 인물이다.
아프간에 막대한 재건자금을 쏟아부으며 탈레반 소탕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이란의 원조 공작에 허를 찔린 모양새다.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민과 국제사회는 이란이 아프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 한다는 우려를 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이 주변국들을 불안정하게 하는 구실을 해온 과거사를 고려할 때, 이란이 아프간을 지원한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이란이 아프간 탈레반에도 상당액의 자금과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이란은 이를 부인한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란이 자금 지원의 대가로 무엇을 원했느냐는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이란은 좋은 관계를 원한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아프간과 이란은 이웃 관계다”라고 답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카르자이는 “반대로 우리도 이란에 많은 것을 요구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란의 현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3월 아프간을 방문했을 당시 카르자이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격렬히 비난하며, 때마침 아프간을 방문중이던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과 가시 돋친 원거리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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