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토 16세 발언 공개
교황청 “제한적 사용만”
교황청 “제한적 사용만”
로마 교황청이 콘돔에 대해 ‘부분적 면죄부’를 내줬다. 천동설 지지자가 한 줌도 남지 않은 1992년에야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사면한 것과 비견되는 에피소드지만, 신도 11억명을 거느린 가톨릭교회 수장의 발언이 에이즈 퇴치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 반응이 떠들썩하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콘돔의 제한적 사용을 인정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발언록을 20일(현지시각) 공개했다. 독일 언론인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23일 발간될 책 <세상의 빛: 교황, 교회, 시대의 길잡이들>에 실린 내용에서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교회는 콘돔 사용에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에이즈) 감염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면 (콘돔 사용이) 더 인도적인 성관계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예를 들어 성을 파는 남성이 콘돔을 사용하는 개별적 경우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시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물론 가톨릭교회는 콘돔 사용을 현실적이고 도덕적인 해법으로 보지는 않는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콘돔 사용을 비롯한 인위적 피임은 창조주의 뜻에 반한다는 시각에서 일보 후퇴한 것으로,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가톨릭교회 교의의 변화를 알리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3월 카메룬 방문 때만 해도 “콘돔 배포가 에이즈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발언했다가 ‘에이즈 퇴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교황의 입장 변화에 대해 미셸 시디베 유엔에이즈계획 사무국장은 “책임있는 성적 행동과 콘돔 사용이 에이즈 바이러스 예방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교황청 생명학술원장인 엘리오 스그레차 주교는 이탈리아 <안사> 통신 인터뷰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때”에만 콘돔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교황의 발언 취지라며 파장의 확산을 경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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