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정보수집 대상 목록 작성해 국외공관에 전달”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드러난 미국 국무부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에 대한 사찰 지시는 중앙정보국(CIA)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가디언>은 반 총장을 비롯한 유엔 간부들과 외국 정상 등에 대한 인터넷 비밀번호와 신용카드 정보, 디엔에이(DNA)나 홍체 등 생체정보 취득은 국무부의 자체적 필요에서가 아니라 중앙정보국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앙정보국이 매년 수집이 필요한 정보를 열거한 ‘희망 목록’을 보내면 국무부 정보조사국이 검토한 뒤 국외 공관들에 전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희망 목록’을 작성하는 곳은 2005년 중앙정보국이 신설한 부서인 ‘휴민트’(인적 정보)로 지목됐다. 이 부서는 9·11테러 이후 인적 정보 수집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필립 크라울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문제의 지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이 아니라 제3의 기관과 관련이 있다는 투로 대응했으나 그 기관을 밝히지는 않았다.
<가디언>은 국무부가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파라과이 주재 대사관에 중국,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외교관들의 전화통화 일시와 상대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주재 대사관에는 “현직 지도자나 떠오르는 지도자 및 그들의 자문역들”에 대한 생체정보 수집을 지시한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가디언>은 유엔 간부들이나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및 북한 외교관들에 대한 통신 정보 취득 지시는 이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협약 위반이어서 국제형사재판소 제소 대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유엔법 권위자인 대포 아칸데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런 정보를 필요로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통신시스템에 침투하는 등의 방식으로 감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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