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피해여성중 1명, 주미 스웨덴 대사관 직원”
미 정부 음모론 확산속 “상대여성 의사 묵살” 비난도
미 정부 음모론 확산속 “상대여성 의사 묵살” 비난도
어산지 ‘성폭행 혐의’ 논란
심각한 성범죄인가, 안티 세력의 음모인가?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가 영국에서 체포되면서 그의 ‘성폭행’ 혐의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산지는 지난 8월14일 스웨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처음 만난 2명의 스웨덴 여성과 각각 성관계를 가졌다. 이 두 여성은 그로부터 엿새가 지난 뒤에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스웨덴 검찰은 지난 9월 어산지를 소환했으나 그동안 어산지는 조사에 응하지 않다가 7일 런던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관계자들의 주장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어산지는 한 여성에게는 성폭행과 성추행, 또다른 여성에겐 성추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의 대부분은 콘돔 착용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관계 때 콘돔 착용을 거부했거나, 콘돔을 착용하기로 합의하고도 착용하지 않았거나, 성관계 도중 콘돔이 파손되자 상대 여성이 “멈추라”고 요구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7일 “두 여성 중 한 명은 주미 스웨덴대사관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2007년 미국 대학에서 ‘카스트로 사후 쿠바의 비전’이란 논문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그 여성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미인계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 여성은 어산지가 참석했던 세미나의 운영자로, 매력적인 금발의 페미니스트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어산지의 변호사인 마크 스티븐스는 미국 온라인뉴스 <에이오엘>(AOL)에 “스웨덴 검찰이 내게 어산지를 강간 혐의가 아니라 ‘상대가 예상치 않았던 섹스’(sex by surprise) 혐의로 수배했다고 알려줬다”고 밝혔다. 어산지의 혐의가 확정되면 5000크로나(약 82만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스웨덴은 성범죄 적용 범위가 폭넓고 처벌도 엄격한 편인데, 어산지의 혐의 사실은 콘돔 착용과 관련돼 있어 중대 성범죄와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어산지에 대한 성폭행 혐의는 많은 논란거리를 내포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7일 “많은 사람들이 어산지가 미국 정부의 ‘더러운 트릭’의 희생자라고 믿는다”며 “스웨덴 검찰의 입건은 결점이 많으며 성폭행을 입증할 증거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어산지를 옹호하는 쪽에선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미국 웹진 <페미니스트>의 고정필자인 질 필리보비크 변호사는 “여성이 (콘돔 파손 사실을 알고) 성관계 도중 ‘멈추라’고 요구했다면 ‘합의 철회’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스웨덴에서는 성폭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산지가 콘돔 착용에 동의하고도 약속을 어긴 사실을 상대 여성이 몰랐다는 사실도 거듭 강조해, ‘합의 철회’에 따른 성폭행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어산지 쪽은 일체의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여성의 변호사인 클라에스 베리스트룀은 “어산지가 위키리크스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주장한다면, 성폭행 혐의에도 같은 기준을 수용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어산지 쪽은 일체의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두 여성의 변호사인 클라에스 베리스트룀은 “어산지가 위키리크스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주장한다면, 성폭행 혐의에도 같은 기준을 수용하고 증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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