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쇼핑객 대상 테러모의 12명 체포
미국선 호텔 등 독극물 테러음모 적발
미국선 호텔 등 독극물 테러음모 적발
어둠이 짙은 20일 새벽. 영국 런던, 카디프, 버밍엄, 스토크 등 4개 도시의 주택가에 대테러 보안요원들이 동시에 들이닥쳤다. 국내 담당 정보기구 MI-5가 주도한 이 급습 작전으로 스무살 안팎의 ‘테러 음모’ 혐의자 12명이 무더기로 체포됐다. 지난해 4월 맨체스터 테러 음모 검거 이후 최대 규모다.
유럽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테러’ 공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들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들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영국 의사당을 비롯한 런던 도심과 잉글랜드 중부 웨스트미들랜드에서 쇼핑객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대테러 당국은 테러 첩보를 입수한 뒤 최근 몇 주 동안 용의자들을 집중 감시해오다 이날 전격적인 검거작전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경찰청의 존 예이츠 대테러국장은 “지금 영국의 심각한 테러 위협 수준과 정보를 감안할 때, 오늘 체포는 공공안전을 위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1일 로마 지하철에서 폭발물질로 의심되는 가루와 파이프 등이 발견돼 주변이 한때 봉쇄됐다.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해 검사한 결과 폭발이 안 되는 초보적 수준의 장치로 판명됐으나, 크리스마스 테러 공포로 떠들썩했다.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도 이날 “미국 국토안보부가 미국 내 호텔과 레스토랑들에 대한 독극물 테러 음모를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 화물기 테러를 시도했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의 연계 세력이 특정 주말에 미국 여러 지역의 식당과 호텔의 샐러드바와 뷔페 음식에 독극물을 주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공항에선 보안검색 모니터에 폭발물 의심 물건이 감지돼 한때 공항이 폐쇄됐다가, 테러 징후가 없는 것으로 확인한 뒤에야 항공운항이 재개됐다.
앞서 지난 15일엔 이라크 보안당국이 구금된 저항세력들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알카에다가 올 성탄절 즈음에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그 나흘 전인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30여년 만에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한명이 숨졌다. 이라크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인 범인은 자신의 테러가 미국과 유럽을 겨냥한 자살 폭탄 테러의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