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진 예우-통큰 선물 ‘상호 존재감’ 확인
인권·환율·북핵문제 등 양국 절충 ‘미묘한 진전’
인권·환율·북핵문제 등 양국 절충 ‘미묘한 진전’
“30여년 전 덩샤오핑은 우리 두 국가 간의 위대한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는 백악관 환영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 주석의 방문을 1979년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방문에 비유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일갈했다.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포함해 모든 국가와 국민의 권리, 책임이 담보될 때 사회는 더 조화롭고, 국가는 더 성공하며, 세계는 더 정의로워진다.” 중국의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이날 환영행사의 풍경은 이번 회담을 통해 드러난 양대 강국(G2), 미-중 사이의 ‘불편한 균형’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싸우는 듯하면서 협력하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듯하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고 볼 수 있는.
14년 만의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은 애초 ‘세기의 회담’으로 불리며 국제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회담이 가까워질수록 어느 쪽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중 관계에서 그동안 수세였던 미국의 거친 반격은 예고대로 진행됐다. 그리고 회담 이후 나온 성명에 ‘세기적’이라고 할 만한 획기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들여다보면 중국 인권, 위안화 환율, 북한 문제 등에서 ‘미세한 진전’이 분명 보인다. 후 주석은 중국 인권문제에 대해 ‘상호존중’을 강조했지만, “인권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할 일이 많다”고 중국의 인권문제를 에둘러 시인했다. 북한 문제에서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공동성명에 담은 건 미국의 끈질긴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국도 거친 공세 와중에서, ‘6자회담 노력’ 등 중국의 주장을 성명에 넣는 등 양보의 흔적이 보인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뿐 아니라 전세계 현안을 망라한 무려 41개항에 이르는 공동성명을 내놓은 데서 보듯이, 냉전시대와 미국의 단일패권시대를 지나 이제 G2의 시대가 열렸음을 미국의 심장부에서 선언한 ‘상징적 세리머니’라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격론을 벌이되 ‘극진한 예우’와 ‘대량 구매’ 등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물론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전략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덩샤오핑 방미 때와 달리 지금 두 나라의 ‘공존공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떠오르는 ‘대국굴기’와 해가 지는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가 부딪치는 형국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우방도 적도 아닌 불편한 새로운 균형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관계의 작동원리로 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 불편한 새로운 균형이 전세계를 좌우한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글로벌 이슈 전반에 미·중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한반도 문제도 그 안에 들어 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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