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선교’ 미국인 인질 4명 살해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해 각 나라들이 잇따라 강공책을 쓰자, 해적들이 인질을 살해하는 등 흉포해지고 있다.
아라비아반도 동남쪽인 오만 앞바다에서 지난 18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요트 ‘퀘스트’호에 타고 있던 미국인 4명이 해적에게 피살됐다고 미군 당국이 22일 발표했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미 해군 함정이 해적들이 납치한 요트를 추적하던 중 동부 아프리카 현지시각으로 오전 9시께 해적들이 갑자기 요트에서 미군 함정을 향해 로켓 추진 수류탄을 발사해 미군들이 요트를 급습하자, 요트 안에서 총소리가 들렸고, 미국인 인질들이 모두 숨졌다고 밝혔다. 교전 과정에서 해적 2명이 숨지고 13명이 체포됐으며, 또 다른 해적 시신 2구가 요트에서 발견됐다.
이 요트에는 요트 주인인 스콧 애덤과 진 애덤, 필리스 매케이와 봅 리글 등 두 쌍의 미국인 부부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타이 푸켓을 출발해 인도 뭄바이를 거쳐 오만 살랄라로 향하던 중 해적에 납치됐다. 해적들은 최근까지는 몸값을 받아내려고 붙잡은 인질들을 잘 보살펴 인질들의 목숨이 위협당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으나, 최근 각국의 해적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해적들의 태도도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해적이라고 밝힌 한 인물은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군이 요트를 향해 조준사격해 해적 2명이 숨지자 나머지 해적들이 곧바로 인질들을 사살했다고 말해, 구출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인질들이 희생됐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숨진 애덤 부부는 지난 7년간 요트를 타고 남태평양 등을 다니며 주민들에게 성경을 나눠주는 등 선교사업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여행에서 이들은 푸켓에서 인도양과 홍해를 거쳐 그리스 크레타섬까지 가려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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