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유누스
소액대출 운동 노벨상 수상자
방글라데시 “나이 너무 많다”
방글라데시 “나이 너무 많다”
방글라데시 정부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온 무함마드 유누스(71·사진) 그라민은행 총재가 해고당했다. 정년을 넘겼다는 게 명분이지만, 마이크로크레디트(소액대출) 운동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의 해임에 정치적 배경이 깔렸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중앙은행인 방글라데시은행이 2일 유누스 총재를 해고하라는 지시를 그라민은행에 내렸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라민은행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정년 초과를 이유로 유누스의 사임을 요구해왔다. 방글라데시 법률상 정년이 60살인데 유누스 총재는 10여년을 넘겨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77살인 아불 말 압둘 무히트 재무장관은 지난달 유누스 총재가 “나이가 너무 많다”며 사임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누스 총재 쪽에서는 정년 문제는 허울일 뿐이고 셰이크 하시나 총리의 견제가 배경에 있다고 보고 있다. 유누스 총재는 2007년 하시나 총리에 맞서는 정당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하시나 총리는 유누스 총재가 “서민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고 비난한 적도 있다. 유누스 총재가 이미 60살에 이른 2000년부터 그라민은행을 맡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년을 들고나온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별법으로 운용되는 그라민은행에서는 60살 정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그라민은행이 노르웨이 정부의 기부금 1억달러(1127억원)를 지정된 방식을 통해 관리하지 않고 자회사에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며 압박을 가중시켜왔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조사를 계속해왔다.
그라민은행은 이날 정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유누스 총재의 직책 유지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혀 당분간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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