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전 현황.
70기 추가건설 늦춰질듯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분출한 ‘위험 신호’가 전세계 원전 확대 정책에 강력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세계 최대 원전 대국’으로 향하던 중국이 신규 원전 건설 승인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은 상징적이다. .
중국은 초고속 경제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석탄·석유 의존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원전을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강조해왔다. 중국 ‘중장기 원전 발전계획’을 보면 중국은 현재 1080만㎽(전체 전력 발전의 1%) 수준인 원자력 발전량을 2020년까지 4000만㎽로 늘릴 계획이다. 가동중인 원전은 13기, 건설중인 것은 25기지만 중장기적으로는 70~160기를 추가 건설하는 계획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지진 직후 원전 확대 계획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던 중국 정부가 신규 원전 승인 중단 결정을 내릴 만큼 ‘핵 불안감’이 급격히 번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바닷물에 섞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17일 중국 곳곳의 도시에서 소금 사재기가 벌어져 슈퍼마켓의 소금과 간장이 동나기도 했다.
중국이 신규 원전 승인 절차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으로 몇 기의 승인이 중단되고 안전기준은 어떻게 강화되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중국의 원전 확대 계획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원전 확대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변화라는 평가다.
샤먼대학 중국에너지경제연구센터의 린보창 소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의 장기 핵발전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는 판단하기 이르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원전을 확대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원전들이 인구밀집 지대에 너무 가깝고 일부는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선 근처에 있으며, 급격히 늘어난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핵 전문가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세계적으로도 경제논리만 앞세워 강행해온 원전 확대 정책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커진다. 독일에선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는 가동중인 원전 17기 중 1980년 이전에 건설된 7기의 가동을 이번 주에 임시 중단시켰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 가동 중인 14개국 원전 143기의 안전을 정밀 진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16일 결정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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