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중동정책 구상 발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동정책 근간의 변화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한 중동정책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은 1967년 경계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기본적으로 부정하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협상의 토대를 제시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으로선 획기적인 제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1967년 경계’는 이스라엘이 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가자지구, 골란고원을 점령하기 이전 상태를 뜻한다. 미국 대통령이 ‘1967년 경계’에 동조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상 유지는 지속될 수 없고, 이스라엘은 지속적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양보를 촉구했다. 동시에 “새로운 팔레스타인 국가는 비무장이어야 하며, 9월 유엔총회에서 독립국가로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으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말해 유엔에서 표결로 독립 인정을 받겠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팔레스타인에도 타협을 요구했다. ‘땅’과 ‘안보’를 교환하자는 큰 틀의 제안인 셈이다. 이런 결정은 ‘중동 민주화 바람’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이전보다 더 위협하는 환경으로 변해, 더는 평화협상을 미룰 수 없다는 우려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집트 정치조직인 ‘4월6일 청년운동’ 창시자인 아말 샤라프는 “시한도,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아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유대인의 입김이 강한 미국에서 ‘표’를 기대하기 힘든 이런 제안을 한 것만으로도 미국의 중동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하다.
<뉴욕 타임스>는 “중동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민주주의 등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중동의 안정이라는 국익이 충돌하면서 정책 혼선을 겪었는데, ‘가치’에 무게를 두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독재나 과거 미국의 아랍 독재정권 지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한계 또한 드러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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