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으로 일부 영토 상실”…안보차원 문제로 대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처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성명을 냈다. 유엔의 실세 기구인 안보리가 기후변화를 세계 안보 차원의 문제로 보고 대응하려는 것에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일 격론 끝에 “해수면 상승으로 군소 도서국들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영토를 상실하는 게 안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안보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안보 문제 보고서에 기후변화 관련 내용을 담을 것도 요청했다.
안보리 성명은 간단한 의견 표명 수준이지만, 세계 안보와 평화 유지를 임무로 내건 강력한 기구가 기후변화를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날 안보리 회의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의 마커스 스티븐 대통령이 참석해 “온난화는 핵확산이나 테러와 같은 위협이며,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만약 우리 같은 도서국들이 오염을 일으켜 현재의 오염물질 대량 방출국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면 어떻겠느냐”며 강대국들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호소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성명 발표는 불발 직전까지 갔었다. 상임이사국 러시아와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유엔총회나 유엔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다뤄지는 문제를 굳이 안보리로 가져올 필요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판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애초 기후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성명 발표에 반대했다. 그러나 안보리 의장국인 독일이 표현 강도를 낮추는 타협안을 제시해 밤늦게 성명이 나올 수 있었다. 2007년에도 영국이 비슷한 시도를 이끌었지만 러시아 등이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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